코스닥 상장사 아리온이 4년째 ‘추진’만 하고 있는 유상증자가 또 불투명해졌다. 회사 측이 새로운 투자처를 모색하면서 일정 연기가 불가피해서다. 거액의 유증을 호재로 인식하고 아리온에 투자한 주주들의 ‘희망고문’ 역시 장기화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리온은 지난 2016년부터 300억 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해 오고 있다. 2016년은 회사 매출 규모가 크게 줄면서 3년 연속 영업손실의 첫 시작을 알린 해였다. 이에 아리온은 운영자금 목적으로 인도네시아 CBS 홀딩스를 대상으로 유증을 계획했다.
하지만 자금 수혈은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이듬해 1월 말 납입일을 불과 6일 앞두고 일정이 석 달 뒤인 4월로 연기됐다. 이후에도 일정은 계속 늦춰졌다. 아리온의 액면분할과 소액 유증에 따른 주식수, 납입일 변경 등으로 일정은 9월 말로 결정됐다. 이렇게 2017년에만 유증 관련 정정공시가 4차례 나왔다.
유증 연기는 지난해도 계속됐다. 납입일은 2월에서 4월, 6월, 9월, 12월로 거듭 미뤄졌다. 정정 사유로 소셜엠 등이 제기한 경영권 관련 소송 제기가 새롭게 등장했다. 2018년 정정공시만 5차례 내놓은 아리온의 유증은 결국 올해 2월로 해를 넘기게 됐고 다시 5월로 연기된 상태다.
CBS 홀딩스가 납입을 연기하는 동안 실적 하락세는 지속되면서, 투자자 측의 납입 의지를 희석시킨 것으로 보인다. 아리온은 앞서 2017년 3월 주총에서 인도네시아 투자자 측 인사 3인을 사내·사외이사로 선임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 주총에서 이들을 해임함으로써 유증 성사에 대한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아리온 역시 증자 대금 납입을 차일피일 미루기만 한 투자자에 지친 것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CBS 홀딩스가 주가 하락, 실적 악화 등 여러 사유로 납입을 연기하면서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있다”며 “이번 유증 공시는 철회하지 않고 연장(정정)하는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연내 증자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리온은 실적 부분에서 비상이 걸렸다. 작년까지 연결 및 별도기준 모두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면서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하지 못하면 4년 연속 적자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아리온은 외주 생산공장을 중국에서 베트남으로 이전하는 등 매출 원가 관리에 적극적이지만, 매출 규모 축소로 고정 지출 이상의 이익을 거두지 못해 적자가 지속하고 있다. 거듭된 손실로 결손금이 누적돼 부채비율도 최근 3년 새 113.8%에서 204%로 껑충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