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나 신문, 종이 등 가치 없는 것을 버리지 못하고 집안에 쌓아 두며 마치 집이 쓰레기장처럼 변한 모습을 프로그램으로 본 적이 있다면 강박장애의 일종인 저장, 보관, 수집 강박장애가 어떠한 것인지 바로 알 수 있다. 주변 사람도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증상으로 쓸모없거나 가치 없는 물건을 모아두거나 버리지 못하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로서는 쉽게 이해할 수 없고 피하게 된다.
그러나 강박장애는 강박적 사고와 강박적인 반복 행동을 주로 보이는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환자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합리적이거나 부가항력적인 어떤 생각이 자꾸 떠오르고 이로 인한 불안과 고통을 방지, 감소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의지와는 별개로 불안장애를 겪고 있어 이와 같이 행동하는 것이다.
강박 사고는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생각, 충동이 원하지 않는데도 떠오르며 대부분 비현실적이며 상당한 불안과 괴로움을 유발한다. 강박장애 환자는 이러한 생각과 충동을 무시하거나 억압하려고 시도하며 다른 생각이나 행동을 통해 이를 중화하려고 노력한다. 즉 강박 행동을 함으로써 불안감이나 괴로움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강박 사고나 강박 행동은 시간을 소모하게 만들어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기능 영역에서 현저한 고통이나 손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많은 강박장애환자는 증상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상황, 사람, 장소, 물건 등을 피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증, 화병, 폭식증이나 거식증과 같은 식이장애, 불안장애와 같은 2차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더럽다는 생각 때문에 공중화장실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성적인 강박 사고가 떠오르는 것이 불편해서 이성과의 만남을 아예 회피하기도 한다. 강박장애증상이 심하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거나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임신, 출산, 가정불화, 직장문제 등과 같은 과도한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사건이 일어난 직후 또는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서 강박장애가 많이 나타난다. 또한, 성장과정에서 형성된 강박적인 성격이나 마음 속의 울화, 성적 충동 등과 관계가 있는 경우도 있다. 불안이 심해지면 공황장애 증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폐쇄공포증, 대인기피증, 광장공포증, 비행공포증과 같은 다양한 공포증은 물론이며 공황발작으로 인한 가슴두근거림이나 가슴답답함,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도 나타난다.
또한 자율신경계 이상으로 인해 자율신경장애나 불면증, 수면무호흡증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수면장애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심신의 상태가 안정적이어야 하는데 불안이 심화되면서 불안장애를 유발하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이로인해 활동해야 하는 낮에 자꾸 졸리거나 인지기능 저하 등의 증상이 이차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강박장애는 초기에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강박장애로 인해 내면의 고통이 계속되면 화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 고유의 병이라고도 여겨지는 화병은 가슴 답답함을 토로하며 마치 울화통이 터질 것 같다는 이야기를 환자들은 자주 한다. 화병은 억울한 마음이 풀어지지 않아 신체적인 통증과 답답함, 불면증 등이 유발되는 질환으로 스트레스로 인해 우울감, 식욕저하, 폭식,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보이고 알코올중독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자율신경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안정감을 주는 부교감신경이 억제되고 긴장과 초조함을 조절하는 교감신경은 항진되어 더욱더 극심한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즉 불안으로 인해 자율신경계가 무너졌는데 이로인해 불안이 더욱 심해지면서 끊을 수 없는 고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임형택 자하연한의원 원장은 “강박증은 어떤 한가지 요인만으로 나타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환자의 체질적인 특성, 환경적 요인, 건강상태 등을 모두 고루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