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케이블업체 M&A 불투명, 유료방송 시장서 도태 가능성
유료방송 점유율을 제한하는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또다시 불발됐다. 효력을 다한 규제가 9개월째 사라지지 않고 표류하면서 유료방송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산업 자체가 정체 위기에 놓였다. 합산규제를 논의해야 하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손을 놓으면서 식물 상임위는라는 비난을 피라기 어렵울 전망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방위는 22일 열기로 한 정보방송통신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 2소위)를 취소했다. 2소위에선 유료방송 재도입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법안소위 내용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합산규제 외 추가로 7개의 비쟁점 안건이 올라오면서 당초 예정된 과방위 일정이 파행을 빚게 됐다.
같은날 열릴 예정이었던 과학기술원자력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 1소위도 5개 안건 중 원자력안전법 일부 개정 법률안 논의 여부를 놓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해 취소됐다.
과방위 법안소위가 연기되면서 합산규제 도입에 관한 논의가 사실상 무기한으로 미뤄졌다. 당초 과방위는 지난달 14일 법안소위를 열고 유료방송 합산규제 재도입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여야가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소위 일정은 지난달 14일에서 25일로 연기됐다. 이후 또다시 이달 22일로 연기했다.
과방위가 파행을 빚으면서 유료방송 업계 전체가 정체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IPTV 업체와 케이블 업체 간 합종연횡이 활발한 가운데 일부 업체는 합산규제 때문에 새로운 사업을 펼치는데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와 CJ헬로의 합병 가시화, SK브로드밴드 '옥수수'와 케이블의 '푹'의 협력 등 유료방송 빅뱅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합산규제 재도입 논의가 다시 한번 연기되면서 규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사업자들이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글로벌 사업자에 대항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IPTV(인터넷TV),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시장에서 특정 사업자가 전체 시장점유율의 3분의 1(33%)을 넘지 못하도록 한 제도다. 사실상 시장에서 KT와 KT 스카이라이프의 독주를 막기 위한 장치였다. 지난해 6월, 3년 기한이 끝나 일몰됐지만, 곧바로 합산규제를 다시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재논의가 시작됐다.
KT 진영(KTㆍ스카이라이프)에선 이번 논의 결과가 향후 유료방송 사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합산규제가 재도입되면 KT는 사실상 케이블TV 업체를 포기해야한다. 현재 KT(20.67%)와 스카이라이프(10.19%)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30.86%으로 케이블 업체를 인수하면 33%를 넘기 때문이다. KT는 케이블 업계 3위인 딜라이브(6.45%)를 인수 대상 업체로 꼽고 실사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27일로 예정됐던 KT 청문보고서 실시 계획서 채택 계획도 불발됐다. 다음달 4일 개최 예정인 KT 청문회도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국회 과방위가 사실상 일손을 놓으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과방위는 법안처리와 관련해 대표적인 불량상임위로 유명하다. 주로 방송관련 이슈로 여야가 대립하면서 ICT 관련 법안들을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20대 국회 전반기 전반기 과방위는 2년 563개 법안중 100여개를 처리 법안 처리율 17.8%로 국회 상임위 중 가장 낮은 성과 기록한 바 있다.
과방위 간사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민은 뒤로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몰된 이전투구는 우리 과방위를 무력화시는 것이자 국회의 책무를 방기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4차산업혁명을 위한 핵심 상임위인 과방위가 거대양당의 공방에 ‘식물상임위’가 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