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부정적 여론 의식
세계적인 고유가 속에서 국내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가 올 2·4분기 깜짞 실적을 보일 것으로 확실하지만 소비자들의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2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S-Oil)·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는 매출과 영업이익 등 경영지표에서 지난해 동기나 지난 분기와 견줘 좋은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구체적 수치는 말하지 않지만 괜찮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증권업계도 이들 회사와 비슷하게 예측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고유가로 인한 원가 사승 부담에도 불구하고 사업다각화 효과와 양호한 제품 시황에 따른 판매가 인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희철 CJ투자증권 연구원은 "유화업종의 이번 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보다 탄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특히 정유업종의 경우 최근 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설비 고도화에 따라 마진도 좋아지면서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SK에너지 내부에서는 2분기 영업이익이 1분기의 3991억원보다 훨씬 증가한 6550여억원이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지난 1분기는 환율과 운임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줄었으나, 2분기는 다를 것같다"고 말했다.
GS칼텍스도 마찬가지다. GS칼텍스는 1분기는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손으로 인해 매출은 늘었어도 순이익은 232억원 적자를 보는 바람에 울상을 지었었다. 하지만 2분기에는 1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2분기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는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는 상황에서 '표정관리'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서민들은 고유가로 고통받고 있는데 혼자 배불리고 있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어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철퇴와 고유가에 맞물려 기업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고 있다는 것.
지난 2005년 공정위가 합성수지 가격 담합을 조사하면서 밝혀진 사실을 네 차례에 거쳐 순차적으로 발표해 마치 유화업체들이 계속 담합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소연 할 곳 조차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 1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주요 생활필수품의 국내외 가격 비교결과, 휘발유 가격이 선진 7개국(G7)보다 구매력 기준으로 95.3% 비쌌고, 경우도 63.2% 비쌌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또한 정유사들의 원가 공개에 대한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유사를 중심으로 한 유화업계는 혹시 불어닥칠 부정적 여론을 차단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정유업계는 무엇보다 2분기 영업실적이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내수판매보다는 수출증가를 통해 거둬들인 이익 때문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있다.
정유업체의 한 관계자는 "정유업계가 국내에서 기름만 팔아 수익을 낸다고 인식하는 국민이 많지만 사실 석유화학 제품 수출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유화업계만 유독 표적이 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세금과 유통비용을 빼고 나면 석유제품 가격 모두 국내 공장도가격은 수출가격보다 낮으며, 수입가격과 비교할 경우에는 차이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