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관리 성과 개선은 전무…'부당한 유착관계' 작용 가능성
민간 금융사가 금융감독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하면 단기적으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재무적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는 모습은 없었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채용된 이후 제반 위험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았음에도 제재가 줄었다면, 이는 부당한 유착관계의 산물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5일 발간한 ‘KDI 포커스’ 제94호에는 이 같은 내용의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이기영·황순주 연구위원)’ 보고서가 실렸다.
연구진은 2011~2016년 중 금융회사 재직 임원의 16.3%가 공직자 출신이고 이들 중 67.2%가 금융당국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해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민간 금융사 취업이 해당 금융사의 위험관리 성과 및 제재 가능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여기에서 금융당국은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4개 기관을 의미한다.
먼저 위험관리 성과는 금융당국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한 뒤에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위험관리 수준의 지표로 위험가중자산 대비 당기순이익률(RORWA)을 사용했는데, 출신 기관별로 한은 출신 인사를 채용한 금융사에서만 채용 이후 2분기에 RORWA가 표본 평균값(6.53%) 대비 3.94%포인트(P) 상승했다. 한은을 제외하곤 금융당국 재직 중 전문성이 금융사 건전성 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반면 임원 채용 이후 1분기에 금융사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을 확률은 금감원 출신 인사를 임원으로 채용한 경우가 그렇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16.4% 낮았다. 금감원 출신 인사를 채용했을 때 위험관리 성과가 개선되지 않고, 제재 확률을 낮추는 효과도 단기에 그친다는 점에서 금감원 출신 인사 채용에 따른 효과는 ‘부당공동행위’ 가설에 더 가까운 모습이다.
이기영 연구위원은 “제재받을 확률이 기업 체질이 좋아져서 떨어졌다고 하려면 제재 확률이 하락하는 효과가 장기적으로 나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진은 민간 금융사가 금융당국, 특히 금감원 출신 인사를 채용했을 때 부정적 효과만 부각되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미국형 분산 감독체계를 제시했다. 우리나라에선 금융사 관리·감독권이 금감원에 쏠려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 간 부당한 유착관계의 고리가 될 소지가 있다.
황순주 연구위원은 “미국에선 금융사가 한 기관만 신경 쓰는 게 아니라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 통화감독청(OCC)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유착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단 금융감독 시스템의 급격한 변경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고려하면 단기적으로는 금융사 경영실태 및 부실위험 정보에 대한 기관 간 공유체계를 마련하는 등 제한적인 수준에서 개선 방안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