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리베이트 '주홍글씨'에 속앓이하는 제약업계

입력 2018-12-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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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은 유통바이오부 기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제약업계의 입맛이 쓰다. 연말을 맞아 의약품 불법 리베이트 수사에 다시 불이 붙은 탓이다. 늘 그렇듯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에서 업계는 긴장의 끈을 바짝 당기고 있다.

리베이트는 제약업계의 오랜 악습이었다. 제네릭(복제약)이 사실상 우리 제약업계의 전부였던 시절에는 온갖 리베이트 아이디어가 판을 쳤다. 고만고만한 제네릭 사이에서 제품력보다는 회사의 리베이트 정책이 제품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던 때였다. 당연히 이를 통해 발생하는 비용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는 등 문제점이 쌓였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의 단속이 강화되고, 제약사들이 제네릭 경쟁에서 신약 연구·개발(R&D) 중심으로 조금씩 변모하면서 업계는 리베이트에 대한 자정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제약사들은 이제 “시대가 변했다”고 말한다.

다수의 제약사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전담부서를 구성해 운영 중이다. 윤리경영 관련 교육을 확대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준수하지 못한 직원들을 징계하는 등 체질 개선에 힘을 쏟고 있다. 부패방지경영시스템 국제 표준 ‘ISO37001’ 인증도 앞다퉈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국내 제약사에 대한 리베이트 낙인은 여전하다. 일부 기업의 불법 리베이트 정황이 드러나면 곧장 업계 전체를 향한 비난으로 확산하고 만다. 과거의 잘못을 씻기 위해 애를 써도 기술력 없이 리베이트나 제공하는 집단이란 꼬리표를 떼기 어려운 것이다. 제약사 관계자는 “아무리 노력해도 오래전 일을 자꾸 들춰내면서 도매급으로 엮으니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정부와 국민, 업계 모두가 불법 리베이트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뜻을 같이하고 있다. 여기까지 오면 실질적 근절을 위해 사후 처벌보다는 예방 조치가 훨씬 효과적이다. 잘못을 엄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색안경을 쓰고 휘두르는 회초리는 이제 그만 내려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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