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규제개혁, 무능보다 무서운 무관심

입력 2018-12-11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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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중기IT부

법은 큰 틀에서 규제다. 규제 없이 사회가 돌아갈 수 없는 이유다. 규제를 암적인 존재로 취급하거나 악(惡)으로 규정하는 것도 따라서 적절치 않다.

문제는 ‘규제 개혁’이라는 구호와 따로 노는 탁상행정, 소극 행정이다.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국내 스타트업들은 법에 없는 것을 만들었다는 이유와 함께 공무원들의 소극 행정으로 사업이 가로막히기 일쑤다.

1년에 한 번 있는 의료기기 인증 심사 기간이 작년과 달라져 놓친 기업, 의료기기 인증 방법을 같이 논의하던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공무원의 인사 이동으로 애로를 겪는 기업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한 스타트업 대표는 인터뷰에서 “무능보다 더 문제는 무관심”이라며 실무에서 이루어지는 세심하지 못한 행정 처리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스타트업 대표들은 대통령이 나서서 더 강하게 규제 개혁의 목소리를 높일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교훈은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규제 개혁을 주장한다고 해도 현장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강조한 이명박 정부는 ‘전봇대론’을 설파하며 규제 완화를 촉구했다.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에 비유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손톱 밑 가시 뽑기 태스크포스(TF)를 만들기도 했다. 결과는 보여주기에 그쳤다. 규제의 총량이 늘었을 뿐더러 의료기기, 카풀 등 신사업 분야에서 규제로 휘청이는 스타트업의 목소리는 커져만 간다.

더 센 구호나 특별한 법 하나로 일시에 규제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내년 4월부터 시행 예정인 ‘규제자유특구’ 법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쪽에서는 ‘세계 최초’라며 기대하고 있지만, 성공을 자신하긴 어렵다. 충분한 홍보에 더해 시·도지사에서부터 말단 공무원까지 뜨거운 관심을 보여야 한다.

잘 짜인 법보다 현장에 있는 유능한 공무원이 스타트업의 숨통을 터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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