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장애인이 안전사고 노출 위험 크다는 주장은 막연한 추측에 불과"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재판장 김춘호 부장판사)는 11일 시각장애인 김모 씨 등 3명이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들에게 각 2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또 장애인 탑승 제한 내용이 담긴 가이드라인을 수정하라고 명령했다. 에버랜드 측 제안에 따라 놀이기구 위험도를 측정하기 위한 현장검증에 시간이 소요돼 소송 제기 3년 만에 나온 결과다
재판부는 에버랜드 측이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때 비장애인과 비교해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는 에버랜드 측 주장은 추측에 불과할 뿐 객관적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에버랜드 측이 고의로 시각장애인의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시각장애인을 의도적으로 차별할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다른 놀이기구에 대해서는 장애인 우선 탑승제도를 두는 등 편의를 제공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선고가 끝난 후 기자회견을 연 시각장애인 측 대리인 김재왕(40ㆍ변호사 시험 1회)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객관적 근거 없이 막연한 추측으로 장애인의 이용을 제한하는 건 차별이라는 점을 확인한 데 의미가 있다"라며 "놀이시설뿐 아니라 교육 시설, 체육시설도 장애가 있으면 안전사고 날 수 있다는 이유로 제한을 많이 하는데 이는 차별이고 그래선 안 된다는 걸 밝혀줬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것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문제는 장애인 본인이 결정할 문제이며 이번 판결로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 등은 2015년 5월 에버랜드에서 롤러코스터 놀이기구를 타려다 안전상의 이유로 거부당하자 같은 해 8월 에버랜드를 운영하는 삼성물산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