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인사시스템 교체 바람부나…노조 반발 우려도

입력 2018-09-05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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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삼성 전 계열사가 인사관리 시스템 교체에 나서면서 다른 대기업들도 고민에 빠졌다. 최근 주 52시간 근로제 등 근무환경이 바뀌다보니 인사 평가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노조다. 인사 시스템 변화는 연봉과 성과급의 변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5일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워크데이 도입 후 제조 등 주요 대기업군에서 워크데이 등 인사관리 솔루션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최근 인사관리 시스템 도입을 고민하는 건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인상 등 최근 근무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까닭이다. 또 기존 연공 서열에서 직무와 역할 중심 보상 체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은데, 이를 뒷받침해주는 IT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 문제는 시스템 구축 비용이 만만치 않고, 내부 반발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삼성의 경우 아직 제대로 된 노조가 없어서 인사관리와 평가 제도 개편에 따른 내부 반발도 적다. 국내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새로운 인사관리 시스템 도입에 나설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현대차 등 노조의 입김이 센 기업은 인사관리 시스템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내 완성차 노조의 관례적 파업은 매년 수조원의 생산손실로 이어진다. 특히 최근 자동차 업계는 판매 부진과 통상 압박으로 유례없는 위기를 겪고 있지만 노조는 연봉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재계 관계자는 “철저한 데이터 위주로 평가 받는 시스템에 부담을 느끼는 직원들도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사관리에 앞서 채용 시스템 등은 이미 여러 대기업이 변화를 주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하반기 채용부터 현업에 적합한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현업 주도 채용을 강화한다. 현업팀이 채용의 주체가 돼 지원자들의 서류를 직접 검토하는 것은 물론, 맞춤형 인재를 선발할 수 있는 면접방식도 새롭게 개발했다. 면접방식을 채용직무 분야에 맞춰 차별화해 각 지원자의 전문성을 검증하겠다는 취지다.

공채전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는 기업이 많다. AI가 지원서류를 검토하고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기 시작한 것. 공채 전형 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채용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먼저 롯데그룹은 올 상반기 채용부터 백화점과 정보통신 등 일부 계열사에서 AI를 입사전형에 도입했다. 지원 서류를 분석해 직무 적합도를 가리기 위해서라고 회사 측은 밝혔다. SK C&C 역시 AI플랫폼 ‘에이브릴’을 SK하이닉스 신입사원 서류평가에 시범 도입했고, 제약업계에서는 JW중외제약이 인·적성검사를 AI로 대체했다. 이밖에 금융권에서도 국민은행이 처음으로 AI를 신입사원 공채에 도입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하반기 대졸 공채에 나선 기아차가 먼저 나섰다. 방대한 빅데이터 분석기술을 통해 서류전형부터 AI를 활용 중이다. AI가 자기소개서를 검토하는데 ‘표절’ 여부를 가려 이른바 ‘불성실지원자’를 걸러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한해 공채 지원자만 수십만 명에 달하는 만큼 AI를 통한 서류전형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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