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는 지금] 제약·바이오기업 투명성 강화, 약일까 독일까

입력 2018-08-31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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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3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약ㆍ바이오업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공시 강화와 회계처리 기준 제시 등 제약·바이오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업계는 ‘투자자 보호’라는 큰 뜻에는 공감하지만, 자칫 신약 개발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열린 ‘제약·바이오기업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를 통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제약·바이오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에 관한 감독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준에는 연구개발비를 어느 시점의 자산으로 인식할지 제시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투자자금이 필요한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연구개발비 감독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기업 회계처리와 외부감사업무의 불확실성이 완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 금융위의 입장이다.

앞서 금감원은 제약·바이오기업의 투자위험 요소 공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신약 개발 관련 내용은 ‘연구개발 활동’, 라이선스 계약은 ‘경영상 주요 계약’ 부문에 각각 집중적으로 기재하도록 조치했다. 투자 판단 시 유의사항에는 신약 개발의 낮은 성공 확률, 핵심 연구 인력의 중요성, 글로벌 임상시험 진행 결과와 경쟁 제품 개발의 진행 현황 등이 포함돼야 한다.

금감원은 163개 제약·바이오기업이 제출한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핵심 연구 인력의 연구 실적 등 연구 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공시되지 않거나 신약 임상 실패나 개발 중단 등의 정보를 기재하지 않는 등 산업의 위험에 관한 확인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의 발표 후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정정 공시에 나섰다. 메디포스트는 임상 3상 이후에 발생한 지출 중 정부 승인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만 무형자산으로 인식해 2017년 무형자산으로 산정한 492억 원을 81억 원으로 정정했다. 차바이오텍도 최근 2년간 무형자산으로 산정했던 연구개발비를 판매비와 관리비로 처리해 정정 공시하면서 2017년 무형자산은 54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금융당국의 공시 강화와 회계 기준 확립 조치는 일부 기업의 뻥튀기 공시를 막고 우량 기업으로 자금이 몰리는 순기능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형수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약 개발 정보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이 가능해져 제약·바이오 기업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앞으로 신약 개발 과정에서 큰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금감원이 제시한 사업보고서 모범사례를 살펴보면 기업의 기밀사항에 속할 만할 내용을 여과 없이 드러내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라이선스 계약 시에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회계처리 방법, 대상 기술, 개발 진행 경과까지 기재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기밀 유지가 중요한 신약 개발에서 가진 패를 다 내보이는 것은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는 일”이라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현실과 특성을 고려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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