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근 산업2부 기자
이번 요금제 개편은 어떨까? 외관상으로는 요금제를 단순화하거나 세부적으로 나누는 등 차별을 꾀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통 3사 모두 고가 요금제에 혜택을 집중하면서 이용자 차별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의미의 담합으로밖에 볼 수 없다.
SK텔레콤과 KT는 3~4GB(4만9000~5만 원) 요금제 바로 위로 100GB(6만9000원) 요금제를 내놨다. LG유플러스는 6만9000원 요금제에서 155GB의 데이터를 제공해 오히려 6.6GB를 제공하는 바로 아래 요금제(5만9000원)와 데이터 제공량 차이를 늘렸다. 경쟁사보다 이용자 차별을 심화했다고 할 만하다.
한 통신사 CEO는 시간이 날 때마다 일선 영업점의 고가 요금제 유도는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고객 사용 패턴에 맞춰 적정한 요금제를 추천하겠다는 공정(?) 영업을 약속하기도 했다. 문제는 고가 요금제에 데이터 혜택을 집중한 데 있다. 중저가 요금제에 짠물 혜택을 주는 데 비해 1만 원만 더 내면 많게는 20배가 넘는 혜택을 제공한다. 1만 원을 더 내고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하도록 교묘하게 요금제를 설계했다. 이러니 최근 요금제를 결정한 가입자들 사이에서는 “1만 원만 더 내면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할 수 있어서 어쩔 수 없이 고가 요금제를 선택했다”는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계이동통신사연합회(GSMA)에 따르면 “1인당 트래픽이 현재 평균 5GB에서 5G가 상용화된 4년 후인 2023년에는 46GB로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데이터 소모량이 훨씬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이통사도 5G 시대에 고용량의 AR·VR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고용량 콘텐츠를 준비 중인 이통사들이 고가 요금제에만 혜택을 집중한 건 속이 보여도 너무 보이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