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에서 패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국민을 향해 큰절을 올리며 용서를 빌었는데 아직도 당내 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선거전 기간에도 당시 모 당의 대표는 부산 유세에서 “용서해 달라”, “잘못했다”, “반성한다”는 등의 말로 사과를 하면서 큰절을 세 번 했다. 이런 모습을 본 기자들은 ‘읍소’전략을 펼치면서 유세를 한다고 보도했다.
읍소는 ‘泣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울 읍’, ‘하소연할 소’라고 훈독한다. ‘울면서 하소연한다’는 뜻이다. 하소연은 ‘억울한 일이나 잘못된 일, 딱한 사정 따위를 간곡히 호소함’을 이르는 말이다. 억울하거나 사정이 딱하여 슬피 울거나 아니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진실한 마음으로 하는 하소연이 泣訴이다.
설령 눈물을 흘렸다 해도 진실성이 없는 가짜 눈물이었다면 그것은 읍소라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일단 절을 하며 반성한다는 말만 하면 으레 ‘읍소’전략이라는 보도를 한다. 물론, 전략일 뿐이기 때문에 속마음과는 달리 보여주기 위한 눈물만 보일 수도 있다. 보여주기 위한 눈물일 뿐이었더라도 어쨌든 눈물을 보였다면 읍소라는 말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입으로만 용서를 빌 뿐 반성하는 기색은 조금도 없고 눈물마저도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면 읍소라는 말을 함부로 써서는 안 될 것이다. 간절한 마음으로 진정을 담아 하소연하는 게 읍소의 본뜻이기에 하는 말이다.
말은 항생제와 같아서 불필요하게 강한 감정이 담긴 말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하찮은 염증에 고단위 항생제를 사용하면 내성만 키워서 다음엔 더 높은 단위의 항생제를 써야 하듯, 말도 불필요하게 자극이 센 말을 사용하면 청중의 내성이 커져서 나중엔 아무리 ‘진짜 100% 순참기름’이라는 식으로 외쳐대도 그것을 참기름으로 믿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과장이 없는 적절한 말이 순후(淳厚)하게 사용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