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감(觀象監)은 조선시대 관청 이름이다. 각 글자는 ‘볼 관’, ‘형상 상’, ‘볼 감’이라고 훈독한다. ‘監’에는 ‘감독하는 관청’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觀象監은 하늘과 땅, 즉 자연현상을 살피는 관청이라는 뜻이다. 국어사전은 ‘조선시대 천문, 지리, 역수(曆數:달력), 점산(占算:점치기), 측후(測候:날씨 관측), 각루(刻漏:시간 파악) 등에 관한 일을 담당하도록 설치했던 관서’라고 풀이하고 있다.
관상감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정부 부처는 기상청이다. 기상은 ‘氣象’이라고 쓰므로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기의 형상’이고 기상청은 ‘기의 형상’을 담당하는 부서이다. 氣는 뜻이 하도 깊은 글자여서 풀이하기가 쉽지 않은데 ‘분위기’처럼 우리 주변에 산재하거나 우리를 감싸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라는 의미가 비교적 강하다.
‘주역(周易)’에 “觀乎天文以察時變 觀乎人文以化成天下”라는 말이 있다. 비교적 어려운 글자만 훈독하자면 ‘살필 찰(察)’ ‘때 시(時)’, ‘변할 변(變)’, ‘변화할 화(化)’이다. 그리고 ‘호(乎)’는 ‘-에(에서)’라는 의미의 처소격 조사로 사용되었다. “하늘의 문양에서 봄으로써 시절의 변화를 살피고, 사람이 만든 문양, 즉 문화에서 봄으로써 천하의 변화를 이룬다”는 뜻이다. 하늘을 보아 땅을 살피고, 땅에서 이룬 사람의 문화를 살펴서 천하를 문명화한다는 의미이다.
옛 관상감에서는 하늘을 살피는 ‘觀乎天文’을 우선시하여 하늘을 통해 인류에게 다가올 미래를 점치려 했고, 지금의 기상청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날씨 변화를 중심으로 우리가 내일 당장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에 대한 정보를 주고 있는 것 같다.
편리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기상청에 감사하면서 과학적 분석도 필요하지만 하늘과 인간을 보다 더 원론적으로 연결하려는 철학적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을 사족으로 붙여본다. 올여름엔 기상예보가 보다 더 정확해지기를 축원한다.
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