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ㆍ원화 강세 생산에 부정적…내년 성장률은 올해보다 0.2%p 하락 전망
한국개발연구원(KDI)이 31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하반기 전망과 동일한 2.9%로 제시한 것은 사실상의 하향 조정이다. 기획재정부의 관측대로 추가경정예산안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0.1%포인트 수준이라고 가정하면, 추경 효과를 제외했을 때 경제 성장률은 2.8%로 하락하기 때문이다.
KDI는 최근 가파른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강세가 생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세계경제 성장률은 3.9%에 이를 전망이지만 이 부분을 상쇄하는 요인이 원화 강세”라며 “이 부분이 내수를 부양시키는 측면이 있지만 생산엔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 유가도 예상보다 빠르게 오르는 상태”라며 “앞으로 인상폭이 확대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금까지 오른 게 생산에 부정적인 요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변수들이 전반적으로 국내총생산(GDP)을 0.1%포인트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내년이다. 수출은 올해와 유사한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간소비와 투자 전반이 둔화하면서 성장률이 올해보다 0.2%포인트 하락할 전망이다. 김현욱 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우리가 판단하고 있는 흐름은 완만한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으나 속도 저하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라며 “성장과 관련된 구조적인 문제나 산업경쟁력 저하가 가시화하는 것 아니냐는 부분에 대해서 장기적인 정책 방향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기대를 걸만한 부문은 민간소비다. 소비 증가분의 3분의 1이 순해외소비라는 점에서 증가세가 서비스업 개선세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이다.
김현욱 부장은 “작년에 있었던 추경과 소득증대 방향의 정책 효과가 단기적으로라도 반영되고 있고, 최근에는 소비심리지수가 과거보다 긍정적으로 올라갔다”며 “또 부동산 가격이 상대적인 안정세를 보이면서 가계의 소비여력도 확충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소비심리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쉽지 않다”며 “소비 증가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인가에 대해선 조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 밖에 KDI는 재정 구조조정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현욱 부장은 “단기적인 재정수요는 추경으로 충분하다고 보지만, 추가 산업 구조조정과 경기 둔화 가능성도 상존한다”며 “그런 경우에 재정의 추가적인 소요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비해 재정여력 확충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까진 추가 세수가 상당 규모 있어서 크게 어려운 상황은 아니지만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곤 장담하기 어렵다”며 “지금도 재정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 강도 높은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