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신용부도스와프는 시한폭탄…시장 황폐하게 만들어”

입력 2018-05-18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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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S는 다른 사람의 파멸에 베팅하는 비윤리적 상품”…조세 회피에 대해서도 비판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현지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설교하고 있다. 바티칸은 17일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한 성명을 내놓으면서 CDS 등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바티칸/AFP연합뉴스
글로벌 자본주의에 대해 여러 차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프란치스코 교황이 구체적인 금융상품을 지목해 그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교황의 비판 대상이 된 상품은 바로 신용부도스와프(CDS)다.

1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바티칸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 1만 단어로 구성된 장문의 성명을 내놓았다. 이 성명에서 교황은 특히 신용부도스와프(CDS)와 같은 파생상품이 ‘시한폭탄’과 마찬가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바티칸은 성명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CDS가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 주범이었으며 특히 여러 CDS를 묶어서 증권화한 것이 그렇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CDS는 ‘시한폭탄’과도 같으며 다른 사람의 파멸에 베팅하는 비윤리적 상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명은 “이들 금융상품을 둘러싸고 있는 불확실성은 분명하다”며 “진실과 선의에 입각한 윤리적 관점에서 보면 이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금융상품은 조만간 폭발할 준비가 돼 있으며 시장의 건전성에 해로운 시한폭탄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또 성명은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경제위기 이후 CDS 시장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과 동등한 규모로 커졌다”며 “적절한 제약 없이 이런 상품이 확대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실패에 베팅하는 것을 부추기기 때문에 윤리적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CDS는 당초 투자자들이 기업 디폴트(채무불이행)에서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으로 출현했다. 그러나 CDS는 한 국가의 신용도를 놓고 베팅하는 투기상품으로 쓰였으며 금융위기를 심화시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교황은 이날 조세 회피에 대해서도 비판하면서 “세계 각국 규제 당국이 그림자 금융 시스템에 대한 통제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다. 성명은 “각국의 세금 제도가 항상 평등하지는 않아 종종 경제적으로 약한 사람에게 더 큰 불이익을 주고 있다”며 “시장을 움직이는 대형 금융 중개업체들에 의한 조세회피는 실물경제에서 부당하게 자원이 제거되는 것을 뜻하며 시민사회 전체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교황은 소득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성명은 “20세기 후반 이후 세계적으로 경제적인 복지가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증가한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불평등이 여러 국가에서 커지고 있다”며 “또 극심한 빈곤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도 계속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2013년 취임하고 나서 글로벌 자본주의와 세계 경제시스템에 대한 우려와 경고를 여러 차례 표명했다. 그는 2015년 볼리비아 연설에서 과도한 자본주의 추구를 ‘악마의 배설물’로 비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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