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스케이프, 의료정보 공유하면 가상화폐 교환 가능한 포인트 지급…유니오 SNS 기반 마켓플레이스·큐브시스템 ‘중고명품 거래 플랫폼’ 등 정보 투명성·신뢰 중심 분야 각광
블록체인은 정보를 특정 기관이나 중앙 서버 등에 저장하지 않고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용자가 데이터를 분산·공유하는 기술이다. 거래 참여자 모두가 정보를 공유하기에 즉각적 대조가 가능해 데이터의 위조나 변조가 불가능하다.
흔히 ‘블록체인’ 하면 ‘가상화폐’를 실현하는 기술로만 생각하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은 기존에 적용 시도가 활발했던 공공·금융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부동산 거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명품 감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블록체인 플랫폼을 속속 내놓고 있다. 특히 이들은 블록체인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보상체계’를 적극 활용해 정보의 양을 늘리고 이용자의 참여를 획기적으로 늘린 사업모델로 일상 생활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블록체인의 뛰어난 보안성과 개방성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뤄야 하는 의료 시장에서 특히 각광받는다. 헬스케어 스타트업인 휴먼스케이프는 환자가 증상이나 치료과정 등의 의료 정보를 공유하면 가상화폐와 교환이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의 블록체인 기반 환자 커뮤니티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최근 초기 투자 유치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개발과 사업 추진에 착수했다. 그동안 특정 질병 온라인 모임, 환우회 등을 통해 부정확한 의료 정보가 유통돼온 한계점을 보완, 블록체인 기술로 정보나 경험 제공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양적·질적으로 개선된 건강정보를 서비스한다는 취지다.
메디블록은 한양대의료원, 경희대 치과병원, 베스티안병원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연말 블록체인 기반 의료정보 오픈 플랫폼 서비스에 나설 예정이다. 환자가 자신의 진료이력 등을 메디블록에 제공한 대가로 받은 가상화폐인 ‘메디’를 메디블록 가상화폐 서비스에 참여하는 병원·약국·제약회사·보험사 등에서 진료비·약제비·보험료 등을 지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보상 체계를 가장 적극 활용하는 분야는 SNS다. 2016년 4월 등장한 블록체인 기반의 글로벌 소셜미디어 ‘스팀잇’의 성공을 본보기 삼아 국내에서도 ‘유니오’라는 스타트업이 블록체인 소셜미디어 마켓플레이스 서비스 론칭을 준비 중이다. 유니오에서는 글뿐 아니라 사진, 동영상 등 어떤 콘텐츠를 업로드하더라도, 또 정보를 공유하지 않고 플랫폼상 제공되는 광고만 접해도 유니오에서 발행하는 ‘유니프’라는 토큰을 받을 수 있다. 현금화를 원하는 이들은 유니프 토큰을 ‘유니오’ 코인으로 환전하면 되는데 올해 6~7월 암호화폐공개(ICO)가 이뤄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이스북 같은 기존 SNS는 유저가 많아질수록 서비스 제공 업체의 수익만 늘어나는 구조인 반면 블록체인 기반 SNS 플랫폼은 수익을 창작자나 정보 이용자와도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평가·보상 시스템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거래를 할 때 권리관계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도 블록체인 기술이 활용된다. 넥스트블록은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탈중앙 부동산 거래·투자 모델을 구현해 소비자들이 암호화폐로 부동산을 거래하는 플랫폼인 ‘비홈’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비홈 관계자는 “블록체인을 통해 모든 부동산 계약은 스마트 컨트랙트 형태로 보관된다”며 “소비자는 계약 체결 시점에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권리 정보를 받아와 권리 양도와 대금 지불을 동시에 진행하고 위조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큐브시스템은 자체 블록체인 기술 ‘큐브체인’을 활용해 정품 여부 등 품질을 인증하는 중고 명품 거래 플랫폼을 개발 중이며, 엑스블록시스템즈는 미술품 판매·유통업체인 아트앤에셋과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매매가격, 유통이력 추적 등에 접목해 미술품 거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플랫폼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키우려면 규제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블록체인 기반의 생태계에서는 플랫폼 사업자들만 혜택을 누리던 이전과 달리 모든 참여자가 이익을 나누는 공유시스템이 구현된다”며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기술을 기존 틀에 가둬놓고 규제하려고 하면 혼란과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