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 그림자 드리우는 신흥국…통화가치 하락·자금유출 우려

입력 2018-05-06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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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 일주일 새 세 차례 금리 인상 등 대응 나서

▲미국 1달러 지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위기가 발생했다. 아르헨티나는 기준금리를 한 주 동안 세 번 인상하는 등 각국이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신흥국에서 자금 유출 비상이 걸렸다. 6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신흥국이 통화방어에 나섰다고 전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신흥국은 통화가치가 하락하고 물가 상승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달러 채무 상환 부담 증가하면서 디폴트 위험까지 커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 달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해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이에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터키 등이 대응책을 내놓고 있다.

4일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긴급 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통화 가치 급락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40%로 6.75% 올렸다. 전날 3% 금리 인상에 이은 조치로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27일 이후 한 주 동안 세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올해 초 1달러(약 1077 원)에 18페소대였던 페소화 가치는 지난달 말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3일에는 역대 최저 수준인 22페소대로 곤두박질쳤다. 이에 중앙은행은 총 12.75%의 금리 인상과 정부의 재정 지출 목표 인하 등으로 대응했다.

터키 중앙은행도 지난달 말 0.75%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통화 가치 하락세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 모양새다. 리라화 가치는 연초부터 10% 넘게 떨어졌다. 3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리라화 가치가 급락했고 4일에는 한때 1달러 당 4.28리라로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다.

재정 적자 억제 노력에 지난달 주요 신용평가사가 등급을 올리는 등 시장에서의 평가가 좋은 인도네시아도 통화 약세를 피하지는 못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지난 2일 1달러당 1만3940루피아로 2년 4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브라질 레알,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도 이달 들어 연중 최저가를 경신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관측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신흥국에서 유출된 자금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신흥국 통화 약세는 수출을 활발하게 하는 장점이 있으나 수입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가 악화할 우려가 있다. 달러화 채무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것도 신흥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 이에 신용평가사 피치그룹은 4일 아르헨티나 국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S&P글로벌은 1일 터키 국채 등급을 낮췄다.

신흥국의 통화 위기는 정치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경기 악화에 따른 지지율 하락을 우려해 대통령 선거와 총선 시기를 내년 가을에서 올해 6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루카 파올리니 픽테에셋매니지먼트 수석 전략가는 “인플레이션이 높아지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고 달러가 강세를 보이며 변동성이 높아지면 신흥국에 좋은 조합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시몬 퀴자노-에반스 리걸앤드제너럴에셋매니지먼트 신흥국시장전략가는 “모든 시선이 달러로 향한다”면서“모든 것이 미국 국내 정책과 외교 정책, 무역 정책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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