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2부 차장
CJ오쇼핑과 GS샵, 롯데홈쇼핑 등 3개 홈쇼핑업체는 최근 쿠쿠밥솥을 판매하면서 ‘가짜’ 백화점 매출 영수증을 동원해 소비자를 속였다는 비난을 샀다. 3개 업체는 방송에서 영수증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며 “백화점에서 지금 거의 60만 원에 판매되는 제품을 지금은 30만 원대로 사실 수 있는 겁니다”, “백화점 대비 한 20만 원, 여러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요” 등의 표현으로 판매 상품이 싸다고 계속 강조했다. 또 “백화점 나가 보면…, 엄청나게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죠” 등 명확한 근거 없이 백화점에서 이들 제품의 판매 실적이 높은 것으로 언급했다.
이를 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광고심의소위원회는 “제조사가 임의로 발행한 허위 영수증을 방송 중 노출하는 것을 관행이라고 여겨 지금까지 방송한 것은 판매 실적을 높이기 위해 시청자를 기만한 것”이라며 방송법상 최고 수준의 징계인 과징금 부과를 전체회의에 건의했다. 이에 따라 이달 열릴 전체회의에서 이들 홈쇼핑업체에 5000만 원 이하의 과징금 처벌을 내릴 수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홈쇼핑 3사도 나름대로 할 말은 있다. 문제의 핵심이 되는 영수증의 경우 백화점이 임의로 발행한 ‘가짜’가 아니라, 실제 백화점 쿠쿠전자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이 맞다.
내용인즉슨, 고객이 실구매한 영수증은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방송을 통해 공개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쿠쿠전자 직원이 백화점 가격대로 제품을 구매, 취소 후 홈쇼핑업체에 영수증을 제출했다. 아울러 쿠쿠전자가 백화점에 입점해 있다는 확인 공문과 매장에 진열된 제품 가격 사진들도 확인하고 홈쇼핑업체는 방송을 했다.
문제는 쿠쿠전자의 백화점 매장에서 점장의 재량으로 가격할인 등 프로모션을 진행한다는 것을 미처 확인하지 못한 데서 발생했다. 홈쇼핑 방송을 통해 밥솥을 구매한 소비자가 백화점에 나가 봤더니, 실제로 어떤 백화점은 홈쇼핑에서 구매한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했던 것이다. 이에 화가 난 소비자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이 문제가 공론화됐다.
홈쇼핑업체는 협력사인 쿠쿠전자가 들고 온 백화점 발행 영수증과 제품의 전시 사진 및 가격 안내를 믿고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방송을 한 것인데, 쿠쿠전자의 제품 프로모션 등 가격변동 여부를 체크하지 못해 과징금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전후 사정을 고려하면 홈쇼핑업체로서도 억울할 법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상당한 것도 사실이다. 광고심의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해당 제품 방송으로 업체들이 올린 매출만 수십 억에서 100억 원가량 되는 것으로 나온다. 이 때문에 일부 심사 위원은 과징금 이외에 ‘수사기관 고발’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방송을 앞두고 판매 제품을 검증하는 일체의 과정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은 고스란히 홈쇼핑업체의 몫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끊이지 않는 홈쇼핑업계의 허위·과장 광고가 조금이나마 근절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