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난항을 겪은 끝에 손경식<사진> CJ 회장을 제7대 회장으로 선임했다.
경총은 27일 서울 중구 프라자호텔에서 박복규 경총 감사(전형위원장), 정지택 두산중공업 부회장, 윤여철 현대차 부회장, 김영태 SK 부회장, 조용이 경기경총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2차 전형위원회를 진행했다.
전형위원회는 신임회장 선임에 앞서 경총회장의 자격 요건에 대해서 논의를 했다. 경총은 새 경총 회장으로 △경제단체장으로서 인품과 덕망을 갖춘 사람 △경제계 전반을 이해하는 사람 △기업경영 경험이 많고, 노사관계 통찰력을 갖춘 사람 △회원사간의 이해소통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등을 기준으로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해 논의했다.
심의 결과 참석 전형위원 만장일치로 손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추대키로 결정했다. 또 손 회장에게 현재 공석중인 경총 상임부회장을 추천하도록 요청했다.
경총은 “손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재직 당시 경총 회장과 함께 호흡을 맞춰 노사정위원회에 경제계대표로 참여해 노사정합의를 도출했다”며 “이러한 경륜을 바탕으로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경제계 대표로서 충분한 역량을 발휘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추대 이유를 설명했다.
경총 전형위원장은 전형위원회의 뜻을 현재 인도 출장 중인 손 회장에게 전달했고, 손 회장이 이를 수락해 제7대 경총 회장으로 선임됐다.
앞서 경총은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난항을 겪었다. 19일 경총 회장단은 박상희 대구 경총 회장을 차기 7대 회장으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이날 총회와 전형위원회를 거쳐 인선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회원사간 의견이 엇갈리며 결국 박 회장 선임은 무산됐다.
경총은 박상희 회장이 내정자 였다는 사실을 부정하며 “공식적으로 내정이나 추대 절차가 없었다”며 “오늘 전형위원회가 처음 열렸으며 이 자리에서 여러 후보 가운데 적임자를 회원사들이 뽑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상희 회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19일 열린 회장단 회의도 회의 자료록도 있는 정상적인 회의였다. 그런데 (그 회의를 통해 회장 자리에 앉아달라고 부탁하고, 무산시키는) 이런 경우가 다 있냐”며 “전형위원회 6명중 5명이 대기업 관계자다. 경총과 대기업의 횡포 아니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여권 국회의원이 경총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권의 한 의원이 대기업 관계자에게 압력을 가해 정부 입맛에 맞는 회장과 부회장을 앉히려 했다는 것이다. 해당 의원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전면 부인했지만, 돌연 무산된 회장 선임을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 코드 인사’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손 회장은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역임했다. 업계에서는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현 정부와 전반적인 기조를 같이 하고 있는 인물로 바라보고 있다. 차기 회장과 상임부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한편, 공석 중인 경총 상근부회장은 신임 회장이 취임한 뒤 임명될 예정이다. 현재 차기 부회장으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