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표시 부채, 21조856억 달러로 사상 최대…미국 기업 제외하면 6조 달러로 10년 전의 2배
글로벌 기업들의 달러 부채가 팽창하면서 세계 경제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본격적인 긴축의 길로 접어든 가운데 달러 강세가 진행되면 전 세계가 새로운 신용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경고했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금융기관과 공기업 제외)이 은행과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빌린 달러 부채 잔액은 지난해 말 시점에 21조856억 달러(약 2경2751조3624억 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 가운데 미국 기업을 제외한 세계 각국의 달러 부채는 전체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5조915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보다 2배 확대된 것이다. 엔으로 환산하면 약 546조 엔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1.2배에 이른다.
금융위기 충격에서 벗어나고자 연준이 장기간 양적완화로 거액의 달러를 공급하자 글로벌 기업들이 기축통화로 사용하기 편리한 달러를 적극적으로 조달한 영향이다.
신흥국으로 한정해서 보면 기업들의 달러 표시 부채는 2017년 말 기준 2조8350억 달러로, 역시 사상 최대치에 도달했다. 세계적인 저금리 시대를 맞아 투자자나 은행들이 성장 가능성이 큰 신흥국에 대폭 달러자금을 제공한 결과다.
문제는 달러 강세 현상이 일어날 경우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했을 때보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그만큼 자국 통화로 지급해야 할 금액이 늘어 재무제표에 부담이 가게 된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최근 고점인 지난 2016년 12월에서 지금까지 13% 이상 하락해 신흥국 기업의 달러 부채 확대를 부추긴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연준이 계속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있어 향후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미국 장기금리도 최근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장기금리의 지표인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한때 2.9%로 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국제금융협회(IIF)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올해 신흥국 기업들의 가장 큰 리스크로 ‘달러 채무 상환’을 꼽으면서 빚을 갚지 못해 파산하는 기업이 나올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최근 수년간 이어져온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정치 혼란 등으로 신흥국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기업들이 달러 부채를 제대로 상환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브라질 신용등급을 ‘BB-’로 한단계 강등했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를 반면교사 삼아 신흥국들은 외환보유액을 늘려왔다. 일본과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각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중반 시점에 2조4000억 달러로, 외환위기 당시보다 약 7배 확대됐다.
그러나 10년 가까이 이어졌던 세계적인 금융완화로 너무 많은 달러 자금이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로 흘러들어갔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달러 부채는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취약한 부분”이라고 거듭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