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컨설팅ㆍ플래너는 혼수거품 온상(?)

입력 2008-03-03 09:28수정 2008-03-03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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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제조업체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K모 과장(34)은 재작년 봄 3년간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결혼 시즌인 봄만 되면 자신의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면 분하고 씁쓸한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사는 그는 결혼 전 서울 용산 아이파크에서 대규모 웨딩박람회를 개최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갑내기 당시 약혼녀인 C모씨와 함께 박람회장을 찾았다.

K씨와 C씨는 개별적으로 귀금속, 사진스튜디오, 드레스 업체들에게 일일이 물어보고 견적을 내는 것이 힘들었다. 그렇게 두리번거리던 그들에게 'S모웨딩컨설팅'에 소속된 한 웨딩플래너가 다가왔다.

그 웨딩플래너는 모든 것을 본인에게 맞기면 수고도 덜고 저렴한 가격에 혼수장만을 할 수 있는 곳까지 소개해 줄 수 있다고 K씨와 C씨에게 말을 건내왔다.

웨딩플래너가 제시한 풀 패키지 상품에는 사진, 메이크업, 헤어, 예복대여 등이 포함돼 있었고 가격대는 150만~800만원까지 다양했다. 웨딩플래너는 신부의 품격과 일생에 한번뿐인 혼례니만큼 500만원짜리 상품을 권했다.

당시 K씨는 고민 끝에 400만원짜리 패키지를 선택하고 사진관에 리허설 사진을 촬영하러 갔다. 그런데 담당 사잔관 직원에게서 “컨설팅을 거지치않고 직접 의뢰했다면 200만원만 줘도 모든 걸 포함하고도 사진이 10페이지 더 늘어난 것을 해줄 수 있었는데...“라는 말을 들었다.

이 말을 들은 그는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대행을 해준 대가로 적당한 마진을 남기는 것은 이해가 가나 50%에 가까운 폭리를 취하면서도 서비스는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처음 약속과는 달리 예복 대여업체에서는 신부드레스도 품질이 낮은 상품 중에서 선택하라고 했고 선택의 폭도 너무 좁았다. K씨가 입을 턱시도도 유행이 아주 지난 옷 중 한 벌에서 골라야 했다.

K씨는 그 때를 회상하며 “웨딩플래너가 중간에서 전화 몇 통으로 폭리를 취하는 중개업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외 혼수업체들에 대해서도 플래너가 소개를 해준다고 했지만 직접 발품을 팔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 연간 20조원 시장 우후죽순 생겨나는 그들의 세계

바쁜 현대인들에게 컨설팅은 보다 손쉽게 관련 일을 처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전문 업태로 자리매김중이다. 혼수산업에 있어서도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웨딩컨설팅업체들과 이에 소속된 웨딩플래너들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웨딩컨설팅업체는 혼수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는 서울 강남 일대에만 400개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법적 진입장벽이 없는데다 연간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매력적인 시장이기 때문이란 게 관련업계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혼 부부는 매해 30만쌍이 탄생하고 있다. 신혼부부 수를 기준으로 한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결혼비용으로 남자는 주택 마련 비용을 제외한 경비로 3000만원, 여성은 3300만원 가량 사용한다. 한 쌍의 부부가 탄생하는데 6300만원 정도가 소요되는 셈. 이를 기준으로 결혼산업 규모를 추정해보면 지난해의 경우 시장규모만 20조원을 넘어선다.

또한 웨딩컨설팅은 특별한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는 데다가 진입장벽 또한 존재하지 않아 경쟁또한 가열되고 있기도 하다.

예비신랑신부 모집은 웨딩플래너들이 포털사이트내 결혼 관련 정보에 실명을 남긴 이들의 명단을 암묵적으로 접수 후 텔레마케팅을 통해서 이뤄진다.

실제로 이들의 업무는 웨딩 촬영, 포토, 메이크업과 헤어 등에 대한 투어다. 이후 귀금속, 한복, 가전, 가구 등 혼수 관련 업체들에게는 고객을 소개시켜주고 있다.

수입에 대해 웨딩플래너 A모씨는 “플래너들의 기본급은 없거나 많아야 월 50만원 미만. 컨설팅과 혼수업체 소개로 발생한 수입은 소속 컨설팅사와 50대50이나 70대30 등으로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능력에 따라 연간 억대의 수입을 올리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 혼수업체들은 봉(?)

일부 혼수 관련업체 관계자들은 "웨딩컨설팅업계가 고객에게는 폭리를, 수업체에게는 선수금과 수수료를 받으며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유명인들이 운영하며 비교적 인지도가 있는 웨딩컨설팅업체는 기본업무인 투어조차 돌지 않고 고객들에게 업체를 소개시켜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강남일대에 보석상을 운영하는 L모 사장은 “사업 초기에 웨딩컨설팅 업체 대표라는 사람들이 찾아와 선수금을 1000만원을 내면 100쌍의 고객들을 소개시켜 주겠다"고 제안해 왔다.

당시 L모 사장은 “고객 유치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컨설팅 업체 세군 데에 각각 1000만원씩을 내줬다”고 밝혔다.

한복업체를 운영하는 C모 사장은 “실제로 100쌍을 소개시켜 주는 컨설팅 업체들은 없고 60~70쌍이면 많은 편"이라며 소개시켜준 고객들이 물건을 사면 판매금액의 20%내외를 웨딩컨설팅쪽에서 수수료로 떼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웨딩컨설팅업체와 플래너들은 예비 신랑 신부들에게는 사진, 드레스대여, 메이크업 및 헤어 등 투어에 따른 수수료뿐만 아니라 자신들과 연결된 혼수관련업체들에게도 수수료와 선수금 등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과다 혼수와 결혼 비용은 인륜대사를 앞두고 있는 예비 신랑신부들과 그 가족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기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같은 사회문제의 중심에 웨딩컨설팅이 있다는 지적이다.

◆ 법의 사각지대, 제도 정비 나서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웨딩컨설팅업과 관련, 법적 장치가 없는 실정이다.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관할의 사단법인이 운영되고 있기는 하나 실제 웨딩관련업무보다는 수출 쪽에 치우친 업무에 국한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결혼정보업종은 신고제로 전환됐으나 웨딩컨설팅업은 이마저도 없는 완전 자유업종이라는 것.

이에 대해 혼수관련업체 J모 사장은 “플래너들의 수입이 수수료이기 때문에 세금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정부도 혼탁한 웨딩컨설팅 업종과 관련 법적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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