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이자 오르고 심사도 강화…은행 문턱이 높아진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금융시장에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을까. 은행들이 예·적금 금리를 올리자, 시중의 뭉칫돈이 은행으로 몰렸다. 신한은행의 경우 한 달 새 6조6214억 원의 예금이 들어왔다. 그러나 은행들은 수신액 증가가 기준금리 인상 효과와 무관하다는 반응이다. 통상 연말이면 대다수 은행의 수신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 대출창구의 문턱은 더 높아졌다. KB국민은행의 경우 대출금 규모가 한 달 새 7036억 원 줄었다. 다른 은행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도 대출이 증가했던 점과 비교하면 상당한 변화다.
이 같은 결과는 당초 시장의 예측과 같다. 문제는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금리다. 최근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연 5%에 육박했다. 만약 3억 원을 대출받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내야 할 연간 이자만 약 1400만 원에 이르는 셈이다. 반대로 은행 예·적금에 가입해 3억 원의 목돈을 굴린다면, 세금 떼고 1년에 많게는 600만 원 안팎의 이자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투자했다면 대출관리부터 깐깐하게 점검해야 한다.
◇궁금증① 가산금리를 인상하면 대출이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 은행 수익의 일등 공신은 대출·예금 금리 차를 나타내는 예대마진이다. 은행들이 서민의 고혈을 빨아 이자놀음을 한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여기에는 가산금리란 것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은행은 업무원가와 경상비용·법적 비용·위험프리미엄·가감조정금리·목표이익률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가산금리를 정한다. 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주택담보대출 이자는 가산금리와 코픽스(COFIX) 금리가 합쳐져 산출된다. 은행은 가산금리 산출식에 반영되는 요소나 가중치에 대한 세부 내용을 철처하게 영업비밀로 붙인다. 그만큼 은행의 수익 창출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 바꿔 말하면 대출자 입장에선 가장 부담이 되는 요소다. 최근 신한은행은 조달금리 인상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가산금리를 올렸다가 금융감독원의 경고를 받았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격 통제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힌다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궁금증②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 상승폭이 다르나 = 지난해 시장금리가 0.5%포인트 이상 오르면서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5% 가까이 올렸다. 시장금리 상승은 은행 대출금리 상승으로 연결된다. 그렇다면 은행별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일까. 3일 현재 최대 0.27%포인트 차이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는 연 3.71∼4.85%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다. 1년 새 최저금리 0.45%포인트, 최고금리 0.55%포인트까지 껑충 뛰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3.58∼4.58%로 전년 동기 대비 0.20%포인트 상승했다. 문제는 연내 한국은행이 추가금리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대출금리 상승폭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궁금증③ 신용등급 같아도 은행 간 대출금리 천차만별? = 지난 연말 기준 신용등급이 같아도 한도대출(마이너스 대출)은 최대 연 4.7%포인트, 일반신용대출은 최대 연 2.6%포인트,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방식)은 최대 연 1.1%포인트만큼 은행별로 금리 차이가 났다. 이 정도 격차면 은행의 대출 태도에 따라 금리 수준이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대출을 받기 전에 여러 은행의 대출 조건을 비교하는 것이 대출이자를 아끼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 차이는 얼마나 발생할까. 통상 마이너스 통장 거래인 한도신용대출과 일반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등급이 1단계 내려갈 때마다 금리가 각각 연 1.08%포인트, 연 1.38%포인트씩 오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신용등급 1등급 하락 시 금리 상승폭은 0.15%포인트였다. 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은 차주 신용에 영향을 받지 않는 반면, 일반대출은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 차이가 크게 난다.
◇궁금증④ 추가 금리인상 시기는… 상반기 vs 하반기? = 시장에서는 추가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인상이 지난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긴축으로 방향은 틀었지만 한국은행이 돈줄을 조이는 속도는 빠르지 않을 전망이다. 급격하게 금리를 올리거나 돈을 거둬들이지 않겠다는 의미다. 첫 인상 시점은 2분기 이후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신임 한국은행 총재 취임(4월)과 금융통화위원회 일부 위원 교체(5월), 지방선거(6월) 등을 고려하면 상반기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렇게 기준금리 인상 속도가 늦어지면서 시장금리 상승세도 가파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시장금리가 0.25%포인트 정도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궁금증⑤ 新DTI·DSR, 대출자 더 고달파진다는데? = 앞으로 은행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당장 이달부터는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들은 종전 대출 심사기준보다 더 강화된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는다. 신DTI는 돈을 빌린 사람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할 만큼 충분한 소득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연소득이 분모,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분자다. 구(舊)DTI는 신규 대출에선 원금과 이자 둘 다를, 종전 대출에선 이자만 분자에 포함했다. 하지만 신DTI는 종전 대출의 원금까지 분자에 넣는다. 신DTI로 적용기준이 바뀌어도 상한선은 30~50%로 유지되기 때문에 대출금 상한선이 오히려 낮아지게 된다. 대출자로선 대출을 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들고, 종전 대출자는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 밖에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 등도 원리금 상환액에 포함하는 총체적상환능력심사제(DSR)가 은행들의 참고지표로 10월부터 도입된다.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이전보다 소득을 더 엄격히 따져 대출한도를 계산하는 방식이라 대출 문턱이 그만큼 높다.
안철우 기업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