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민심 ‘개헌’ 불 밝혔지만… 여야는 아직도 ‘평행선’

입력 2017-12-0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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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4년 중임제” 野 “이원집정부제”권력구조 개편방식 놓고 ‘날선 신경전’“정치권 당리당략에 논의 지지부진… 국회 아닌 국민 공론 맡겨야” 목소리도

▲지난달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국회의장 주재 개헌 관련 확대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정세균 의장을 비롯한 원내대표단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세균 의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원혜영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민주당 의원. 뉴시스

2017년은 한국 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첫 대통령 탄핵으로 올해 겨울 치러질 예정이던 대통령 선거는 지난 5월 봄볕 아래 치러졌다. 국민은 정권 교체의 주된 사유인 ‘제왕적 대통령’ 제도의 폐해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고, 대선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개헌을 약속했다. 마치 지난 1987년 민주화 혁명의 열기로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뤄냈듯이, 촛불 시민혁명의 열기는 제10차 개헌 논의의 연료로 작용한 셈이다.

현재 개헌논의는 국회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는 올해 초부터 소위원회를 시작으로 국민대토론회, 자문회의를 거쳐 오는 6일 마지막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사실 국회발 개헌논의는 지난 18대·19대 국회부터 계속돼왔다. 이 과정에서 10차 개헌의 방향에 대한 논의는 물론, 조문별 문구까지 대부분 완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국회에서는 민의(民意)가 임계점까지 끓어오르지 못하고 논의에 그쳤다. 반면 20대 국회에서는 개헌에 대한 국민 공감대가 충분히 모여서 국회 개헌특위 구성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결국, 어떤 방식이든지 현행 5년 단임제는 이번 개헌안에서 사라질 전망이다. 대신에 대통령의 막대한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내용이 개헌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개헌특위 자문위원단은 “(대통령제를 유지할 경우) 대통령의 국가원수로서의 지위를 삭제해 대통령을 행정부 수반의 지위중심으로 (한정하고) 그 지위가 과대하게 남용될 수 있는 여지를 헌법제도적으로 방지하는 안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제한하고 주요 요직의 대통령 임명권을 대폭 줄이는 방안이 공감대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재정 분야와 관련해서는 ‘경제민주화’ 조항의 강화와 ‘예산법률주의’ 도입이 검토된다. 경제 민주화 조항은 부의 재분배와 국가의 시장 개입 등을 명시한 헌법 119조를 뜻한다. 개헌특위는 소득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불공정 거래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이를 해결하고자 경제민주화 조항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예산법률주의 명시도 확실시된다. 지난달 28일 열린 개헌특위 전체회의에서 한 자문위원은 “재정 민주주의 관점에서 국회가 지금보다 더 많은 예산 통제권을 행사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상식”이라며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고 국회가 예산편성에 개입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다수”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헌의 핵심인 권력구조 변경안에 대해 여야 의견 차가 크다. 이 때문에 최종 개헌안 도출 논의와 관련해 여야가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여당은 현행 ‘5년 단임제’에서 ‘4년 중임제’로 전환을 주장하고, 야당은 이원집정부제나 내각제를 주장하고 있다. 여당은 책임정치의 구현과 국정운영의 안정성 등을 들어 4년 중임제를 선호하는 반면, 야당은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고 이를 국회에 이양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게다가 내년도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는 구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며, 그 시기를 놓친다면 국민이 개헌에 뜻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원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정치적 이유를 들어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함께 진행하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개헌을 원내 116석의 한국당이 반대하면 논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이와 관련, 홍준표 대표는 “개헌을 지방선거에 붙여서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개헌을 해야 하지만 시기가 문제다. 개헌 시기를 못 박을 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하면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권력구조 개편논의가 지지부진하자 일각에서는 정치권이 아닌 국민 공론화위원회에서 관련 논의를 이어갈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0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을 포함한 사회 각계각층의 원로, 시민단체 대표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개헌특위와 정치개혁특위가 가동되고 있지만, 당리당략이 모든 것을 삼켜버려 국가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실종됐다”며 “정치권이 이해관계 때문에 결정을 못 하고 협상을 못하고 있으니 이를 국민 공론에 맡기는 게 시대적 요구”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개헌안 논의는 올해를 넘겨 내년 지방선거 직전까지 여야 간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개헌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국회가 정쟁으로 망가트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국회가 약속한 기간 내에 헌정사를 새롭게 쓸 옥동자를 내놓지 않는다면 국회는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제 국회가 답을 내놓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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