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민영자동차업체 지리(Geely) 자동차 그룹이 LG화학을 지난 27일 방문했다. LG화학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고전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지리 자동차의 방문은 중국 사업 회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28일 LG화학에 따르면 유닝(Yu Ning) 글로벌 사업 부문 부사장 등 지리 자동차의 수뇌부가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를 방문했다.
중국의 중저가 브랜드로 알려진 지리 자동차는 지난 2010년 18억 달러(약 1조9638억 원)에 스웨덴의 볼보자동차를 인수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9년 호주 DIS와 2013년 영국 택시 제조사 MBH 지분을 투자한 데 이어 이달에는 미국 자동차 벤처기업 테라푸지아(Terrafugia)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인수합병(M&A)와 지분 투자를 통해 세를 확장하고 있다. 테라푸지아는 ‘플라잉카(하늘을 나는 자동차)’ 개발 업체 중 가장 완성도 높은 기술력을 가진 업체다.
지리 자동차의 이번 LG화학 방문은 전기차 배터리 탑재 논의를 위한 것으로 예상된다.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볼보와 합자한 전기차 브랜드인 ‘링크앤코’를 출범해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오는 2020년까지 중국 시안에 신에너지차 제조기지를 만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전기차에 탑재할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LG화학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또는 이미 볼보에 전기차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는 LG화학과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미팅을 진행한 것으로 예상된다. 볼보는 지리 자동차와 같이 오는 2019년부터 순수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 순수전기차(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모든 차에 전기모터를 탑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내년 중반부터 중국 청도에 들어설 폴스타생산센터에서 폴스타1을 제작, 팜내하며 같은해 하반기에는 폴스타2를 출시할 계획이다.
만약 이번 지리자동차의 방문이 배터리 탑재와 관련돼 있다면, 사드 몽니로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고전하던 LG화학이 반등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한국산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는 중국에서 보조금을 주지 않아 LG화학은 현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LG화학이 지리자동차나 볼보에 배터리를 공급하며 물꼬를 튼다면 다른 완성차 업체들도 LG화학 배터리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40% 삭감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어 현지 완성차 업체들이 보조금을 받는 대신 품질 좋은 배터리를 찾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LG화학은 “통상적인 비즈니스 미팅”이라며 “아직 사드 해빙 무드로 인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것은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