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담배의 90%로 대폭 인상키로 하면서 기존에 제품을 내놓은 필립모리스코리아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를 비롯해 11월 신제품을 출시하는 KT&G의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앞서 제품을 내놓은 두 회사는 세금 인상에 맞춰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며 KT&G는 이를 신제품 가격에 반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일 기획재정부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 도중 전체회의를 열고 고체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세율을 신설하는 한편 궐련형 전자담배 1갑(20개비)당 개소세를 529원으로 올리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인상된 개소세는 일반 궐련형 담배 594원의 약 89%로 부가세 등을 포함하면 전체 제세부담금은 90% 수준이다. 현재까지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 갑당 126원, 일반 담배 대비 21% 수준으로 세금을 냈다.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안이 기재위·법사위 의결을 거쳐 12월 국회 본회의 등을 통과하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현재 아이코스와 글로의 스틱 가격은 한 갑당 4300원이며 가격이 오르면 5000원 안팎 수준이 될 전망이다.
여기에 일반 담배의 절반 수준인 궐련형 전자담배의 국민건강증진부담금과 지방교육세 등도 잇따라 인상할 계획을 정부가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세금이 모두 오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가격이 6000원 정도까지 오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현재 4300원에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528원, 지방교육세 232.2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438원, 개별소비세 126원, 폐기물부담금 24.4원, 부가가치세 391원 등 1739원의 세금이 붙는다.
이에 업계는 가격 인상 폭에 따라 최근 성장세를 보이는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필립모리스 관계자는 “지방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 등이 확정된 이후 본사와 협의해 정확한 가격 인상 여부나 인상 폭 등을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세금 인상은 제품 가격 인상의 확실한 요인이 맞다”며 “현재 가격 인상 여부나 인상 폭 등에 대해 결정된 바가 없으나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논의를 통해 (인상을)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11월 궐련형 전자담배 신제품 ‘릴’을 출시할 예정인 KT&G는 경쟁사의 인상된 가격 등을 참고해 신제품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담배들과 전혀 다른 방식인데다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제품이다 보니 아이코스나 글로보다는 수익성 측면에서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아직 출시일이나 가격 등 결정된 바는 전혀 없으며 아무래도 경쟁사가 얼마나 인상할지를 지켜보고 이를 신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