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항공기 제조업체 에어버스가 16일(현지시간) 캐나다 항공기업체 봄바디어의 중소형 여객기 개발 프로그램인 C시리즈 주요 지분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미국 정부와 경쟁업체 보잉을 상대로 무역분쟁 중인 캐나다 항공기업체 봄바디어 지원사격에 나선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에어버스는 C시리즈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C시리즈 항공기 합자회사(CSALP)’의 지분 50.01%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나머지 약 31% 지분은 봄바디어가, 19%는 캐나다 퀘백 투자청이 소유하게 된다. 그간 매출 부진에 허덕였던 봄바디어는 에어버스의 지분투자로 한숨 돌리게 됐다는 평가다. 특히 봄바디어는 미국 업체인 보잉과의 기업 간 신경전이 캐나다와 미국 간의 무역전쟁으로 비화하면서 C시리즈에 대한 300%에 달하는 상계관세에 직면한 상태였다. 앞서 지난달 26일 미국 상무부는 300%에 달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한다는 예비판정을 내렸다. 봄바디어가 영국과 캐나다에서 보조금을 받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C 시리즈’ 여객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보잉의 주장을 사실상 인정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톰 엔더스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델타항공을 비롯해 미국 항공사들이 주문한 C시리즈 항공기 제작을 자사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진행하는 방안을 봄바디어 측에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봄바디어는 300%에 달하는 상계관세 논란에서 벗어나질 수 있게 된다. 에어버스는 또한 C시리즈에 대한 판매와 조달·마케팅, 고객지원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대신 에어버스는 지분 인수에 돈을 지불하거나 부채를 떠안는 등의 조건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봄바디어의 알랭 벨메어 CEO는 “이번 투자 협상은 상당한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자평했다.
에어버스의 입장에서는 이번 지분 인수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미국 항공사 보잉의 허를 찌르게 됐다. 이와 관련해 CNN머니는 에어버스가 봄다비어 지원사격에 나서면서 보잉과의 ‘대서양 전투’의 전세를 뒤집어놓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에어버스의 이번 결정이 보잉과 에어버스 간의 신경전이 더욱 심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봄바디어 항공기가 에어버스의 미국 공장에서 조립되면 주(州) 정부 보조금 문제 등으로 미국과 캐나다 간의 무역 분쟁도 더욱 심화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