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IT 기업 지분 인수·이사도 파견...중국 IT 업계 자율성·혁신 영향 우려
11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인터넷 당국이 소셜미디어 업체인 텐센트홀딩스와 웨이보,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유쿠 토도우의 지분 1%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유쿠 토도우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이 소유한 동영상 플랫폼 업체다. 이 소식통은 민간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하려는 방안으로 해당 기업의 지분 인수가 검토됐다고 전했다.
정부가 기업의 특별 경영지분 일부를 인수하는 방안은 지난해 봄부터 일찌감치 초안 형태로 제기됐다. 하지만 당시 업계에서는 해당 방안의 현실 가능성이 다소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해당 방안이 추진되면 주주소송이 이어질 수 있는데다 지분 인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텐센트의 경우 지분 1% 인수 가격은 40억 달러(약 4조5200억원)가 훌쩍 넘는다. 또한 중국 정부가 지분 인수로 이사회에 개입하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은 물론 혁신이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도 나온다.
중국 정부는 이미 기업들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IT 기업이 성장할수록 중국 정부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두 같은 중국 IT 기업이 투자하고 제공하는 서비스와 제품의 범위는 유통은 물론 언론, 엔터테인먼트, 헬스케어, 전자결제, 금융, 물류, 교통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기업가치도 상당하다. 알리바바의 시가총액은 4670억 달러, 텐센트는 4280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국영기업 중 이들 기업의 시총을 뛰어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그만큼 웬만한 중국 국영기업보다 이들이 가지는 영향력이 더 크다는 이야기다. 이렇다 보니 일부 민간기업 경영진은 경영 행보가 조심스럽다고 말한다. 자칫 ‘권력의 균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중국 정부의 노파심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
이들 IT 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압력은 거세지고 있다. 중국 규제 당국은 지난달 포르노와 가짜뉴스, 불법 콘텐츠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텐센트와 웨이보 바이두 산하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관영지 인민일보는 텐센트의 인기 게임 ‘왕자영요(Honor of Kings)’가 중독성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 기사를 내보냈다. 이 기사로 텐센트 주가는 하루에만 4% 추락해 시총 140억 달러가 증발했다. IT 기업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올여름 다롄완다와 안방보험 등 민간 대기업들의 해외 인수·합병(M&A)과 투자 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비슷한 시기에 일부 유명 기업인의 구금설이 돌기도 했다.
이미 ‘특별 경영 지분’ 인수 방안은 신생 소규모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상태다. 최근 베이징 인터넷 당국은 중국 재무부, 사이버공간 관리국(CAC)과 합작해 만든 투자펀드를 통해 뉴스 앱인 ‘이뎬쯔쉰’지분 1%를 7000만 위안에 사들였다. 중국 당국은 지분 인수를 통해 이 회사의 특별이사를 파견하고 의사결정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이뎬쯔쉰은 뉴욕증시에 상장된 피닉스뉴미디어와 중국 샤오미, 오포의 공동 소유 업체다. 이 업체는 비디오 콘텐츠 라이선스를 확보하려고 중국 정부의 지분 인수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WSJ는 전했다. 인민일보는 민간 군사전문 포털사이트 ‘티에쉐’의 지분 1.5%를 720만 위안에 인수하고 이사회 임원 1명을 직접 지명했다. 또한 해당 사이트에 올라오는 모든 콘텐츠와 관련 서비스를 검토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했다.
중국 정부가 이처럼 민간기업들에 경영 개입을 대가로 투자와 지원을 하다 보니 기업들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인민일보의 티에쉐 지분 인수 계약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모든 기업이 결국 그것(중국 정부의 투자)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빨리 받아들일수록 더 많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서 “티에쉐의 경우 모든 종류의 라이선스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