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내정자는 12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출근길 노조의 반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화를 통해 차근차근 풀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국민은행 노조는 성명을 내고 허 내정자가 직원 설문조사에서 53.5점을 받는 등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내정 취소를 요구했다.
KB금융은 지난달 차기 회장 인선을 전후해 노사 간 마찰을 빚었다. 윤 회장도 최종 후보자로 추천된 직후 노조와의 대화를 강조했지만 양측의 관계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국민은행이 KB금융그룹에서의 위치를 고려할 때 이는 허 내정자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허 내정자는 앞으로 국민은행 은행장추천위원회의 최종 심사와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후 오는 16일 국민은행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되면 윤 회장과 마찬가지로 11월 21일부터 임기를 시작한다. 다만 윤 회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허 내정자의 임기는 2년이다. 신한금융처럼 지주 회장과 은행장 임기를 달리해 서열을 명확히 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허 내정자는 “앞으로 고객에 충실한 경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밝히면서도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차차 말씀드리겠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윤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호흡은 잘 맞는 편”이라며 “회장 철학에 따라서 잘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허 내정자로 인해 KB금융의 세대교체는 빨라질 전망이다. 국민은행 내부의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가 계열사 전반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허 내정자는 KB금융에서 세대교체의 상징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윤 회장이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젊은 최고경영자(CEO)를 강조해온 만큼 연말 계열사 사장 인사에서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허 내정자는 4대 시중은행장 중 유일한 1960년대생으로 가장 어리다. 더불어 국민은행의 상무 이상 임원 16명 중 이홍 부행장, 허정수 부행장 등 7명이 허 내정자보다 나이가 많다. 연말 부행장급 이상 임원 인사에서 절반가량이 교체될 수 있음을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KB금융 주요 계열사 대표 중에서는 임기와 연령 등을 고려할 때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신용길 KB생명보험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등이 연말 인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허 내정자는 1961년 경남 진주 태생으로 대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와 대학원에서 학사,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해 은행원 생활을 시작했다. 1998년 장기신용은행이 국민은행에 흡수 합병된 후 여신심사본부장, 경영기획그룹대표(CFO)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