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큰 틀 짜고 중장기 계획 세워야… 혁신 기업엔 충분한 보상·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는 교육·사회·산업 시스템 자체를 전면 재편하는 쪽으로 가야 하나,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중·장기 대응 계획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기존 주력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옮겨가거나 혁신하지 않으면, 새로운 경제 위기에 봉착하거나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력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혁신 등을 통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바꾸거나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고, IT와 융합을 통해 생산성을 대폭 향상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규제 완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부의 규제 완화는 신기술 위주로 이뤄져 기존 산업과의 연계가 약하며, 서비스업의 규제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보니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우리나라는 법이나 제도 등에서 전형적인 일본 시스템을 따라 향후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우려가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 정책은 이제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민간 영역이 커진 만큼, 정부는 지원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노동집약적인 주력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하고, IT 노하우와 산업 간 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정착시키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정부가 정책 불확실성을 많이 키우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최저임금 인상을 비롯한 노동 비용 문제, 에너지 문제 등 불확실성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투자를 하고 새로운 사업을 발굴해 내야 하지만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우리 사회의 분위기는 우려스럽다”면서 “혁신하는 기업에 충분한 지원과 보상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잠재성장률 하락에 대비해 교육과 산업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했다.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해서는 새로운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구조개혁에 성공하면 향후 20년간 먹거리가 생기는 것이지만, 실패한다면 문제가 심각하다”며 “소득 주도 성장만으로는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는 임금 인상 등 미시적인 부분보다는 하나의 큰 틀을 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북핵 리스크와 관련해 김 교수는 “북핵 리스크로 인해 국가 안보가 불안해지면, 국가신용등급이 내려갈 우려가 있고, 그렇게 되면 자본 유출이 일어나 외환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위기를 기회’로 보고 새 정부가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로 큰 틀을 만들어 대비해야 희망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