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세계은행(WB) 총재가 일자리 자동화 시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각국이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이로 인한 충격에도 대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김 총재는 10일(현지시간) 뉴욕을 방문해 “사람들의 희망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자동화되는 미래와 충돌하면서 세계는 ‘충돌 코스(crash course)’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김 총재는 로봇이 전 세계 수 백만 명의 저숙련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미래 경제 성장을 위해 이전과는 다른 차원의 투자가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세계 정책 당국자들이 교육과 보건에 투자해 자동화로 인한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의 이날 발언은 13일로 예정된 국제통화기금(IMF)·WB 공동 연차총회와 IMF의 최신 세계 경제 전망 발표를 앞두고 나왔다. 최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기술 융합과 그로 인한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목전에 두고 미래 경제성장을 위한 당국의 제도 정비와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50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 총재는 “미래 경제가 어떻게 되든 앞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배울 수 있는 사람들’이 될 것”이라면서 “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투자하도록 이에 대한 필요성을 조성하길 원한다. 세계 경제는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IMF는 이날 발표한 최신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7월 3.5%에서 3.6%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도 종전의 3.6%에서 3.7%로 소폭 끌어올렸다. 세계적으로 투자와 무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산업생산도 반등해 세계 경제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세계 경제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로봇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이 높아질 수는 있어도 일자리 문제가 발생하는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인공지능(AI)과 로봇의 발달이 세계 제조업 시장에 저숙련 노동력을 제공하는 개발도상국에는 직격탄이 돼 결국 기술 발달의 수혜는 선진국에만 돌아가게 되고, 개발도상국은 피해를 입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별개로 IMF와 WB를 포함한 다른 주요 국제기구들은 미국발 무역 장벽과 고립, 군사공격 및 극우 성향의 정치적 움직임 등이 세계 경제 성장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IMF는 이번 세계 경제성장 전망을 상향 조정하면서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을 비롯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협정 재협상 움직임이 세계 경제에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도 “각국 당국자들이 세계 경제 회복세를 낭비해서는 안 된다”며 미래 성장을 위한 각국의 투자 필요성을 강조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는 이 순간을 지나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다”면서 “성장은 취약해지고, 일자리는 매우 적어질 것이며 사회안전망은 노령인구를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