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주도 베인캐피털, 기자회견 돌연 취소…컨소시엄 참여기업 많아 의사결정 지연 우려
일본 도시바가 28일(현지시간)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애플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과 반도체사업부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원전 사업부 대규모 손실로 경영 위기에 몰린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부를 매각한다고 선언한 지 8개월 만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매각 대금은 2조 엔(약 20조 원)으로 도시바는 내년 3월까지 매각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수많은 돌발변수와 여러 난관 끝에 가까스로 매각 계약은 성사됐지만, 계약 체결 직후부터 한·미·일 연합에서 잡음이 나오면서 도시바 인수 작업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인수 계약을 주도했던 베인캐피털은 이날 최종 계약 성사 직후 기자회견을 열려고 했으나 직전에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베인캐피털 측은 “기자회견에 대해 관계자 전원의 합의를 얻지 못했다”는 답변을 내놨다. 기자회견을 열려면 한미일 연합 구성원 전원의 합의가 필요하지만, 계약 직후 한정된 시간에 모든 구성원의 합의를 구할 수 없었다는 것이 베인캐피털 측의 설명이다. 회견에 앞서 컨소시엄 구성업체 전원이 합의하지 못한 이유나, 어떤 기업이 동의하지 않았는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기자회견부터 스텝이 꼬이자 일각에서는 도시바메모리 인수 절차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이 워낙 많아 의사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지기 어려워 회사 경영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컨소시엄 바깥 변수도 여전히 도시바메모리 매각 계약의 리스크로 남아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문가 발언을 인용해 도시바메모리 인수 시도에 실패한 미국 웨스턴디지털(WD)이 파트너사 권리를 내세워 이번 계약을 반대해 계약이 무산될 리스크도 크다고 전했다. 전날 WD는 국제중재재판소에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 매각 일시 중지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앞서 WD는 지난 5월에도 국제중재재판소에 매각 중단 중재를 신청한 바 있다. 각국의 반독점법 심사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반독점 당국이 동종업계인 SK하이닉스의 컨소시엄 참여를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다. 이를 의식한 도시바는 SK 지분율이 향후 10년간 15%를 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