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사들은 대부분 본입찰 참여 포기
STX엔진 매각이 연합자산관리(유암코)와 한앤컴퍼니의 경쟁 구도로 가닥이 잡혔다. 일부 사업부문 인수를 노렸던 한화그룹은 실사를 중단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TX엔진 인수적격후보(숏리스트) 8곳 중 한화 등 절반가량이 본입찰 참여 의지를 접었다. 이에 따라 22일 실시되는 본입찰은 한앤컴퍼니와 유암코 2파전으로 굳혀지고 있다.
유암코와 한앤컴퍼니의 STX엔진 인수 의지가 강한 것이 다른 후보들이 본입찰 참여를 포기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유암코는 현재 STX엔진 실사에 집중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상선 사업의 업황 회복에 기대를 걸고 STX엔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이 사모펀드(PEF) 운용사는 에이치라인해운 등 선사의 경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한 IB업계 관계자는 “유암코가 다른 민간 참여자에 비해 우월한 자금력으로 STX엔진 예상 매매가격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STX엔진의 예상 매매 가격은 4000억~5000억 원대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일부 후보들은 이 회사의 차입금 규모가 4000억대에 이르는 것을 고려하면 매매 가격이 더 낮아져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유암코 측은 회사 정상화 가능성 등의 따져 입찰 참여를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인수가격 역시 다른 입찰자와 경쟁상황을 고려하기보단 자체 평가기준에 따라 적정가치를 산출하겠다고 설명했다.
한화투자증권 PE팀이 STX엔진 실사를 중단한 것은 일부 사업 분리 인수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화그룹은 STX엔진의 전자통신 방산 사업에만 관심을 뒀다. 그러나 다른 후보들이 통인수를 추진하면서 분리 인수는 실현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 한화그룹 차원에서 방산부문 확대에 나섰다는 시장의 관심에도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STX엔진의 해외 수출 가능성을 엿봤던 일부 인수의향자들이 실사 이후 실망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제조하는 엔진의 라이선스 계약 조건상 민수부문을 제외하고는 해외 판매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민수엔진 부문도 가동률이 20%에 그쳐 내수에서 판매처가 있는 회사가 아니라면 인수 실익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한편 법원 회생절차 과정에서 매각이 진행 중인 STX중공업에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달리 유암코와 한앤컴퍼니 모두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STX엔진과 STX중공업이 동시에 같은 곳으로 매각돼 시너지를 낸다는 구상은 일단 가능성이 작아진 것이다. 다만 유암코 관계자는 “현재는 STX엔진 딜에만 집중하고 있어 자금은 물론 여러 면에서 중공업까지 들여다볼 여력이 없다”며 “추후 다시 기회가 생긴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