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성과 측면에서 매각이 정답, 배당금 등 얽혀 답답
IBK기업은행이 2년 넘게 끌어온 1조 원 규모의 KT&G 지분 매각 향방이 이르면 이달 중 결론 날 전망이다. 2015년 2월 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KT&G 지분을 매각하기로 방침을 정했으나 배당금 등 최대주주인 기획재정부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속앓이를 해왔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다음 달 최장 10일간의 추석 연휴를 고려해 이달 말께 열리는 9차 이사회에서 KT&G 매각 관련 안건을 상정한다. 보유 지분 매각은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만큼 이번 이사회에서 매각 시점이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올해 안에 KT&G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 가능한 한 빨리 결정해 불확실성에 대한 주주들의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고 밝혔다.
기업은행은 KT&G의 지분 6.93%를 보유 중으로 국민연금에 이어 2대 주주이다. 시장 가치는 1조 원(12일 종가 기준)이 훌쩍 넘는다.
기업은행이 애초 계획과 달리 KT&G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는 것은 주주들과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기업은행 입장에서는 KT&G 지분을 연내에 처리하는 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내년부터는 종전보다 강화된 재무건전성기준인 ‘바젤III’가 시행되면 보통주의 위험가중치가 100%에서 300%로 3배 높아져 자본건정성이 악화할 우려가 있다.
더불어 연내에 KT&G 지분을 매각할 경우 올해 예상 가능한 순이익은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김도진 행장이 취임 직후부터 강조해 온 인수·합병(M&A)을 통한 성장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기재부가 2020년까지 배당성향을 4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하는 만큼 하루라도 먼저 파는 게 기업은행에는 이득이 된다.
그러나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KT&G 지분 매각 시점이 올해를 넘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기재부의 의견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기업은행의 다른 관계자는 “경영상 (KT&G 지분을) 파는 게 좋지만 판단할 요소가 많아 연내에 성사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기업은행에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아울러 기업은행을 통해 KT&G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해왔다. 앞으로 늘어날 배당금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카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국고와 관련된 사안이다 보니 기업은행 독자적으로 결정 내긴 어렵다”며 “내부적으로 검토 후 기재부에서 다른 의견 있으면 협의하는 등 조율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KT&G 지분 매각은 기업은행이 결정할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가 영향력을 높이려는 의도는 없다”면서 “기업은행이 경영상 판단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