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사회부 차장
지난달 28일 국방부 업무보고. 막강한 국방비를 투입하고도, 북한의 군사력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어조의 질타이다.
우리 군이 북핵 대응을 위한 자체 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남한의 국내총생산(GDP)이 북한의 45배에 이른다. 절대총액상으로 우리 국방력은 북한을 압도해야 하는데, 실제 그런 자신감을 갖고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렇듯,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한반도에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국면에서 역대 정권마다 되풀이됐던 ‘방산비리’에 대한 회한(悔恨)을 읊조린다. 앞서 문 대통령도 방산비리는 안보 공백을 초래해 적에게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규탄한 바 있다. 보수·진보가 아닌 애국과 비애국의 문제로 더 미룰 수 없는 적폐청산의 과제란 의미이다.
2014년 11월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 출범 후, 방산비리에 연루된 비리금액은 9809억 원이다. 그러나 합수단이 기소한 63명의 비리 군인들은 재판에서 줄줄이 무죄로 풀려났다. 군인들이 혈세 1조 원을 뒷돈으로 챙겼는데도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것이다. 정치적인 계산을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1조 원은 우리 영공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의 요격을 위해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신형 패트리엇(PAC-3) 1개 포대를 배치할 수 있는 돈이다. 명중률이 40%에 불과한 저고도용 패트리엇(PAC-2) 2개 대대만 운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방산비리는 크나큰 상처로 남는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최대 방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검찰 수사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방산비리’ 수사이다. 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부임 이후 사실상 첫 대형 사건이다. 그러나 두 달이 다 되어 가도록 눈에 띄는 성과는 없다. 검찰이 7월 24일 사건 해결의 주요한 열쇠를 쥐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수배한 손승범 전 부장의 소재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일각에서는 다음 달 추석 연휴 전 어느 정도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아 보인다. 당초 대규모 사정 수사 가능성이 거론된 전 정권 인사는 물론, 하성용 전 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 전 사장의 경영비리나 분식회계 등 수사의 본류로 지목되는 주요 혐의 규명에 관해서는 답보 상황이다. 수사가 장기화할수록 환부만을 도려내는 수사가 아닌 먼지털기식 수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시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여기에 2015년 2월 감사원으로부터 KAI 비리와 관련해 수사 의뢰를 받고도 수사에 착수하지 않았던 의혹은 수사의 신뢰성에 흠집이다. 검찰은 이 기간 내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지만, 군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정 탓인지 검찰 안팎에서는 과거 방산비리 사건들의 수사 패턴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검찰의 대형 방산비리 수사 이후 구속 뒤 1심 재판에서 무죄를 받은 비율이 30%에 육박한다. 일반 형사사건 구속기소 피고인들의 1심 무죄 비율이 3.5%인 것에 비해 8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방산비리는 혈세를 삼키는 일반적인 위법 행위가 아니다.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매국(賣國) 행위이다. 검찰이 더 이상 기회가 없다는 각오로 방산비리 척결에 나서야 한다는 해석이다. 그것이 검찰이 한반도의 안전을 지키는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