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화폐 제도권 편입, 건전한 시장 촉매제 기대

입력 2017-09-05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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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람 기업금융부 기자

세계 전체 규모 200조 원으로 성장한 가상화폐 시장에 우리나라 정부가 규제의 칼을 빼들었다. 거래자의 신원 증명 의무를 강화했고, 가상화폐를 빌려주는 행위에 대해서도 엄격히 금지하기로 했다.

가상화폐 시장은 하루 새 수십 배가 오르고 내릴 만큼 변동성이 크다. 누군가는 ‘위험한 시장’이라고 하는 반면, 누군가는 ‘기회’라고 생각해 과감히 투자하고 있다. 주식보다 큰 변동성에 끌린 개인투자자, 소규모 자산운용사에 이어 이제는 글로벌 헤지펀드와 투자금융사까지도 시장 참여를 선언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그간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규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다 최근 급격한 성장에 놀란 눈치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관심을 갖고 관련 법을 마련한 것은 의미가 있다. 시장이 투기판으로 변질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좀더 유연하기 위해선 몇 가지 제도를 빨리 정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금지하기로 한 마진거래(공매)는 사실 헤징(위험회피) 용도로도 쓰일 수 있는 거래 도구이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할 때 시세가 급등한다. 이때 해외에서 사 국내로 공급해 줘야 하는데, 미리 정해진 가격으로 매도할 권리를 확보해 놔야 손실을 없앨 수 있다.

가상화폐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비싼 경우 차이를 줄이는 장치가 필요하다. 마진거래는 재정(차익) 거래자들이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상품 중 하나이다. 물론 현행법상 가상화폐 거래소가 마진거래를 제공하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두고만 볼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떤 형태로든 다양한 헤징 수단을 제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상화폐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주식 거래 시스템을 만든 것처럼 정부가 좀더 세밀한 연구를 통해 건전하고도 수준 높은 시장의 성장을 유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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