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펀드에서 16억 달러 자금 순유출…올 들어 최대 규모
신흥국 주식과 채권펀드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해 신흥국 펀드는 안정을 유지해왔지만 최근 다시 격랑에 휘말릴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금융정보업체 EPFR글로벌에 따르면 지난 16일까지 1주일간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16억 달러(약 1조8160억 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올 들어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또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자금 순유출을 기록한 것은 지난 3월 중순 이후 22주 만에 처음이다.
신흥국 채권펀드도 그 이전까지 28주 연속 자금 순유입을 기록했지만 지난주에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신흥국 고수익 채권펀드 자금 순유출 규모는 23억 달러로, 6개월 만에 가장 컸다.
신흥국 펀드 자금유출의 가장 큰 이유로 WSJ는 미국과 북한 간의 긴장 고조를 꼽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사용하면서 강경 입장을 내비치고 북한도 괌 주변 수역을 포위사격할 것이라고 응수해 양국의 핵전쟁 위협이 가중됐다.
트럼프가 버지니아 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백인우월주의자의 폭력시위와 관련해 이들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할 것이라는 불안도 신흥국 펀드에 악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지난주의 자금유출은 신흥시장의 전형적인 유동성이 다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풀이했다.
신흥시장은 최근 서구 주요 중앙은행들이 긴축 모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압박을 받아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기준금리 인상에 이어 자산규모 축소에 나설 태세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양적완화 축소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가운데 최근 불거진 북한 리스크와 미국 정치 불확실성이 시장에 더욱 우려를 더한 것이다.
BNP파리바자산운용의 J.C. 샘버 신흥시장 채권 부문 부대표는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르면 미국채 매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이는 신흥국 채권의 자금유출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