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약세가 최근 둔화에 빠진 미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달러 가치는 맹위를 떨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 인프라 투자 정책과 규제완화 등 경제 정책이 달러 가치 강세를 견인했다. 이에 달러는 지난 1월에는 15년 만에 최고치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달러 가치는 1월 15년래 최고치를 찍은 후 줄곧 하락세를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하는 1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WSJ 달러인덱스는 올해 들어 약 8% 가까이 하락했으며 지난 한 달 사이 2% 넘게 떨어졌다. 유로 대비 달러 가치는 15%, 멕시코 페소 대비 28% 추락했다.
이같이 달러 가치가 약세로 돌아선 것은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 특히 유럽 경제가 안정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라고 13일(현지시간) WSJ는 분석했다. 수년간 정치적 경제적 위기를 거듭한 끝에 지난해 기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연간 성장률은 1.7%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 상무부가 집계한 지난해 미국 성장률(1.6%)을 앞지른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유럽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추월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지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올 들어 현재까지도 유럽 경제 성장은 앞지르고 있다.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그간 이어온 경기부양책을 거둬들이는데 확신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유로화 강세로 이어졌다.
달러 약세는 미국인들의 구매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악재다. 달러 약세는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해외수입 상품의 가격이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달러 하락세가 급격하게 일어나면 금융 시장의 불안과 국내 투자가 억제될 수도 있다.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고 WSJ는 지적했다. 지난 6월 미국 수출은 전년 대비 7% 증가했다. 이는 달러 가치가 급격했던 2014~2016년 사이 9% 하락한 흐름과 크게 대조적인 것이다. 수출경쟁력이 생긴다는 의미는 곧 제조업 기업의 호조가 된다는 이야기다. 미국 제조업 생산은 6월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
전미제조업자협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채드 무트레이는 “미국 경제에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달러 약세는 전반적인 경제 성장에 호재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달러 약세는 해외에서 매출을 올리는 다국적 기업들에게 더 큰 호재로 작용했다. S&P500 기업 가운데 455개가 발표한 올해 실적을 보면 이익 성장률은 1분기 15%를, 2분기 12%를 기록해 2011년 이후 최고의 상반기를 나타냈다.
달러 약세는 연준의 기존 통화정책 고수의 명분까지 제공한다. 연준이 제시하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 하지만 미국 물가상승률은 5년 가까이 줄곧 2% 벽을 넘지 못했다. 도이체방크의 매트 루제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조금만 더 오르면 연준이 (긴축) 일정을 계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제티는 달러 약세가 내년 여름 인플레이션을 0.2% 포인트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