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마초문화’, 구글도 예외는 아니었다?

입력 2017-08-0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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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엔지니어, 성차별적 메모 공개

▲구글의 한 남성 엔지니어가 6일(현지시간) 익명으로 공개한 메모가 파문을 일으켰다. 사진 = AP연합뉴스

구글의 한 남성 엔지니어가 익명으로 작성한 메모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총 10페이지짜리 분량의 메모에 담긴 성차별적인 내용이 실리콘밸리의 민낯을 다시한번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CNBC가 보도했다.

IT 전문 블로그인 기즈모도에 올라온 이 문서는 구글의 중견 엔지니어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성자는 “남성과 여성은 물리적으로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며 “여성이 기술 부문과 리더십 부분에서 남자와 동등한 비율을 차지하지 못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고 역설했다. 또 “남성은 이성적인 사고가 발달해 프로그래머가 될 가능성이 크며, 여성은 감성적인 부분이 발달해 예술성을 표현하는 부분에 종사할 확률이 크다. 코딩 등 기술 분야의 남녀 성비를 무리하게 반반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즉 구글이 다양성(diversity)을 명분으로 남녀 간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종차별을 지양하고 건강한 직장문화와 남녀평등을 추구하는 실리콘밸리의 다양성 정책에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메모는 “여성은 스트레스에 약하다”, “여성은 협조하려는 태도가 너무 강해 경쟁하려 하지 않는다”며 다양성의 가치를 정면으로 거스른다.

구글 사내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부상했다. 구글의 앤드류 본벤트레 프로그래머는 “이 문서는 쓰레기”라고 비난했다. 에리카 조이 엔지니어는 “왜 이런 사람이 일하도록 구글은 내버려 두는가?”라고 반문했다.

구글 경영진은 이 메모가 회사의 윤리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징계 조치가 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지난 6월 구글이 다양성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한 대니얼 브라운 부사장은 “‘어떤 성은 이러한 방식으로 행동한다’고 정의하는 것은 고정관념이며 유해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다양성과 포용은 우리 사내 문화의 근본”이라고 말했다.

사측이 해당 메모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데는 구글이 성차별적인 임금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있어서다. 구글은 최근 남녀직원 임금 차별을 두고 노동부와 법적 공방을 벌였다. 미국 노동부는 구글 내에서 임금을 정하는 데 조직적인 성차별이 있다고 주장했다. 구글이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다양성 보고서도 ‘남녀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6월 구글의 다양성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직에 종사하는 여성은 20%에 불과하다. 이는 3년 전 17%에서 고작 3%P 증가한 것이다.

구글의 이번 파문은 실리콘밸리에서 불거진 마초문화의 실상이기도 하다. 올해 초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에서는 성희롱 문제가 제기됐다. 전직 우버 엔지니어인 수잔 파울러가 지난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우버에서 재직할 때 겪었던 성희롱을 폭로한 것이다.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6월 사임하며 권위적이고 불합리한 사내 문화 논란을 진화했다. 이후 성 평등 문제가 실리콘밸리에서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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