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합의금·시민권 문제 등 난제 산적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2차 협상이 막을 내렸으나 EU와 영국은 견해 차이만 확인한 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6월 조기 총선 뒤 브렉시트 협상에 동력이 떨어진 영국이 상대적으로 수세에 몰렸다고 20일(현지시간) CNN머니가 보도했다.
나흘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렸던 브렉시트 2차 협상을 마친 뒤 EU 측 미셸 바르니에 수석대표와 영국 측 데이비드 데이비스 수석대표가 이날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바르니에 대표는 영국이 주요 이슈에 관해 입장을 명확히 하라고 요구했다. 그는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국경 문제를 해결하려면 영국 측이 더 자세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EU와 영국 사이에 거주하는 수백만 시민의 권리를 확보하는 방법을 두고 양측은 근본적인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바르니에 대표의 설명은 영국이 자신들끼리도 브렉시트 협상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운다.
영국과 EU 간 브렉시트 협상에서 가장 중요함에도 불분명한 부분은 상대 진영에 잔류하는 시민들의 권리와 이혼 합의금 문제다. 이혼 합의금은 영국이 EU에 내기로 한 재정기여금을 포함한다. 이번 협상에서 영국은 이 비용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 세간에는 EU 측이 1000억 유로(약 130조3860억 원)의 금액을 요구한다고 알려졌다.
바르니에 대표의 날 선 발언과 대조적으로 영국 측 데이비스 대표는 좀 더 온건한 태도를 보였다고 CNN머니는 전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건설적인 회담을 했고, 궁극적인 해법을 모색하려면 양측 모두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 보수당이 지난 조기 총선에서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영국 내에서 브렉시트 협상 동력이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영국 내에서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에서 철수하는 하드 브렉시트를 두고 반발이 큰 탓이다. 특히 기업 경영진들은 하드 브렉시트가 불확실성을 키운다며 더 유연한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날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영국 기업인들을 만나 브렉시트로 인해 우려되는 점을 덜겠다고 설득했다. 메이 총리는 “기업들이 브렉시트 벼랑으로 추락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며 기업 달래기에 나섰다. 기업들은 브렉시트 뒤 갑자기 변한 사업 환경에 당황하지 않도록 과도기를 갖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영국상공회의소(BCC)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브렉시트 협상 논의를 요구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BCC의 프란시스 마틴 회장은 “기업들이 브렉시트 이후 마주하게 될 수십 가지 의문들에 대해 답을 찾으려면 실용적인 토론을 계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차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과 EU는 이견만 확인한 채 다음 달 28일 3차 협상을 기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