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개편’ 급했던 박현주 ‘경영권 방어’ 맘 조렸던 이해진… 1조 규모 ‘백기사 혈맹’

입력 2017-06-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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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5000억 투자 ‘네이버 1.7%-미래에셋 7.1%’ 자사주 교환

‘의결권 강화-지주사 전환’ 두 토끼 노리며 ‘디지털금융’ 스타트

미래에셋금융그룹 박현주 회장과 네이버 이해진 창업주는 서로에게 백기사를 약속한 것일까. 자사주 교환을 통해 디지털 금융사업을 공동 추진하는 협력의 이면에는 양사의 지배구조 강화라는 사전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금융과 IT의 대표 기업인 미래에셋과 네이버는 지난 26일 디지털 금융사업 진출, 금융 인공지능(AI) 연구 등 국내외 디지털금융 비즈니스를 공동 추진하는 포괄적 제휴를 맺었다. 그러나 금융·산업계가 한편으로 주목한 것은 두 회사가 5000억 원에 달하는 상대편 주식을 서로 매입해 수년간 보유하기로 한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양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금융지주사 전환은 예고된 수순이다. 문제는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이 부담스러워 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3월 발간된 경제개혁연대 리포트에서 김상조 당시 한성대학교 교수는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 등 지배주주 일가의 가족회사가 지주회사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고 있다”고 미래에셋을 겨냥해 직격탄을 날린 바가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결국 지배구조 개편의 최종목적지가 금융지주사일 경우, 기업분할합병 과정에서 네이버가 보유하게 된 미래에셋대우 주식 7.1%가 우호지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나리오는 현재 그룹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컨설팅에 박현주 회장 일가가 지분을 60% 이상 보유한 자산운용을 합병, 미래에셋금융지주가 출범하는 방식이다. 자산운용 사업회사부문과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생명은 금융지주사 밑에 놓이게 된다.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18.09%를 들고 있는 미래에셋캐피탈이 지주사로 전환하기 위해, 미래에셋대우는 주식의 분할 및 포괄적 이전을 위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한다. 특별결의는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찬성과 출석 주식수의 3분의 2 찬성이라는 엄격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결국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 지분 7.1%를 확보한 것은 박 회장의 우호지분으로, 지주사 전환을 위한 특별결의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기 위함으로 풀이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네이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계열사 주식을 많이 보유한 회사의 자산총액이 충분치 않을 때는 지주사로 강제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미송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공정거래법이 개정되어 자회사가 아닌 계열회사의 가치를, 장부가가 아닌 고정가액으로 평가한다면, 네이버는 지주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네이버의 최대주주는 주식 10.5% 보유한 국민연금이며 이해진 창업자의 지분은 4.6%에 불과하다. 대주주이 미약한 지분력에 지주사 전환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을 경우, 12.6%에 달하는 자사주의 활용은 절대적으로 중요해진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감안할 때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사주를 활용하기도 쉽지 만은 않다. 이에 두 회사는 5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서로 사주면서, 경영권에 영향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향후 주식 매각시 우선매수권까지 확보하는 방식으로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켰다는 게 금융·증권가의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의 지분 매입은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시켜, 상호 백기사를 자처하는 데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박 회장과 이 창업주는 상호 외부투자를 통해 사업적인 시너지를 노리는 동시에 든든한 우호지분까지 확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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