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과ㆍ정부효율ㆍ인프라 순위, 모두 지난해보다 떨어져
우리나라가 올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지난해와 같은 종합순위 29위에 그쳤다. 경제성과와 정부효율성, 인프라 분야 순위가 모두 하락한 결과다. 기업효율성 부문은 노동시장과 경영관행의 취약점을 드러내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IMD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우리나라 종합순위는 평가대상 63개국 중 29위로 전년과 동일했다. 지난해 평가대상은 61개국으로, 올해 사우디아라비아(36위)와 사이프러스(37위)가 신규로 포함됐다.
우리나라의 국가 그룹별 순위는 아시아·태평양 국가 14개 중 10위, 인구 2000만 명 이상 국가 29개 중 11위를 기록했다. 모두 지난해와 동일한 순위다.
4대 평가 분야별로 보면 경제성과는 지난해 21위에서 올해 22위로 한 단계 떨어졌다. 정부효율성도 26위에서 28위로 하락했다. 인프라 역시 22위에서 24위로 떨어졌다. 기업효율성만 48위에서 44위로 올랐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물렀다.
평가대상국 중 홍콩과 스위스는 전년과 동일하게 각각 1, 2위를 기록했다. 싱가포르는 전년보다 1단계 상승해 3위, 미국은 1단계 하락해 4위에 올랐다.
중국은 작년대비 비교적 큰 폭으로 순위가 상승(25→18위)했다. 네덜란드(15→8→5위), 아일랜드(16→7→6위) 등은 2년 연속 순위가 올랐다.
◇ 수출 부진과 국정농단 겹친 결과…노동시장ㆍ경영관행 최하위 바닥
4대 분야별 평가결과를 보면 경제성과는 지난해 수출 부진 등에 따른 영향으로 국제무역 부문 중심으로 순위가 하락했다. 특히 상품수출 증가율은 13위에서 51위로 곤두박질쳤다. 민간 서비스수출 증가율(37→50위) 역시 급락했다.
물가 부문 순위는 소폭 상승했으나, 높은 생계비 수준으로 인해 낮은 순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생계비지수(55→54위)가 한 단계 올랐지만 아파트 임대료(30→32위)와 휘발유 값(46→53위) 등의 순위가 떨어졌다.
정부효율성 분야는 국정 혼란 및 공백 사태 등의 여파로 제도ㆍ사회 여건 부문 등의 순위가 하락했다. 뇌물공여ㆍ부패비리(34→40위), 법치(11→19위), 정부결정 및 집행의 효과성(43→49위), 정치불안의 위험도(50→59위), 사회통합정도(43→55위) 등 항목에서 모두 하락했다.
기업여건 경우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기업관련 규제 등으로 인해 저조한 순위를 지속했다. 보호무역주의가 해당국 사업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40→53위), 자유로운 경영활동이 규제에 의해 저해되는 정도(55→57위) 모두 하위권에서 더 떨어졌다.
기업 효율성의 전체 순위는 소폭 상승했으나, 작년과 마찬가지로 4대 분야 중 가장 취약한 모습을 드러냈다. 대립적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내 격차, 불투명한 기업경영 등으로 인해 작년에 이어 최하위권을 지속했다.
직업훈련(42→46위), 연봉격차(48→49위), 관리임원 연봉액(42→49위, 낮을수록 높은 순위) 등에서 모두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근로자에 대한 동기부여는 지난해와 변동 없이 59위를 기록했다.
노사관계(59→62위), 이사회 회사경영 감독의 효과성(61→63위), 회계감사의 적절성(61→63위),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60→60위), 관리자의 신뢰성(61→60위)은 바닥을 찍었다.
인프라는 보건・환경 및 교육 부문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됐다. 상대적으로 저조한 보건・환경 부문(35위)이 국민 삶의 질과 경제활동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총 보건지출 중 공공지출 비중(48→49위), 미세먼지 노출도(55위, 신규지표), 삶의 질(47→50위), 심각한 공해문제가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45→48위) 등에서 모두 암울한 진단을 받았다.
교육부문 경쟁력은 37위에 그치면서, 세계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국내의 일반적인 인식이나 기대에 비해 크게 미흡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IMD는 △청년층 등을 대상으로 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 강화와 △개혁 과정의 불확실성 최소화 △노동ㆍ기업부문의 구조개혁 가속화 △외부 충격으로부터의 안정적인 경제 관리 등을 한국에 권고했다.
기재부는 이번 IMD 국가경쟁력 평가결과에 대해 국정혼란ㆍ공백사태 가운데 경제 구조적 요인들이 국가경쟁력 저해요인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라고 파악했다. 특히 서민들의 높은 생계비 부담, 노동시장 및 경영관행 부문의 고질적 취약성, 보건ㆍ환경 및 교육 등 부문에 대한 인프라 투자 부진 등이 국가경쟁력 향상을 제약했다는 설명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향후 이러한 경제 구조적 요인들을 해결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거비 등 생계비 부담 경감 노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