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캘리퍼니아서 4대째 농장 운영하는 경영자 에릭 웬테
“이제 와이너리도 빅데이터와 신기술을 적극 활용하는 시대입니다. 포도 재배에는 물 관리가 매우 중요한 요소인데 포도밭 곳곳에 센서장치를 설치하고 연중 온도와 수분공급량 등을 측정해 축적된 빅데이터로 운용의 최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동쪽으로 자동차로 한시간반 정도 거리에 있는 리버모어 계곡에 자리잡은 웬테(Wente) 비냐드(포도밭)의 경영자 에릭 웬테 씨(67)는 최근 이투데이와 만나 신기술이 확산되고 있는 농업 현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웬테 비냐드가 이곳에 자리잡은 것은 13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오랜 세월 동안 한번도 주인이 바뀐 적 없는 이곳은 웬테 창업자 후손들이 4대째 경영해오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경영 포도밭이다.
웬테 비냐드는 오랜 전통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포도 수확과 와인 제조에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접목하는 시도도 활발하다. 웬테 씨는 “포도밭과 함께 호주 프로골퍼 그레그 노먼이 설계한 골프장도 갖고 있는데 적외선 공중촬영을 통해 포도밭과 골프장의 모든 블록에 균등하게 물이 공급되도록 조절한다”면서 “이를 통해 물 사용을 최소화하는 효율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도를 수확해 처리공장까지 가는데 걸리는 2시간을 단축해 포도밭 현장에서 15분만에 바로 포도 압축공정을 처리한다”며 “야간에 포도를 수확하는 것도 온도에 영향을 많이 받는 포도의 품질관리를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공정은 신선도와 온도 유지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현재 웬테 비냐드는 5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웬테 와인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캐나다이며 한국도 빠르게 성장하는 와인 시장 가운데 하나다. 웬테 씨는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시도하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이나 유럽과 미국간에 논의 중인 TTIP(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 등을 통해 해외 시장이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TPP 파기 결정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웬테는 특히 화이트와인인 ‘샤도네이’의 미국산 대표 브랜드로 꼽혀 유럽 지역에서 정평이 나 있을 정도다. 프랑스에서 샤도네이 포도묘목을 들여와 와인주조학으로 정평있는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팀과 협력해 미국 토양에 맞게 개량하는 데 성공하고 이를 미국 곳곳의 포도밭에 전수한 본거지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다.
4대째 이어지는 가족경영의 장점을 묻자 웬테 씨는 “아들과 딸이 와인 제조 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니 이미 5대째 경영은 시작됐고 손자까지 대학에 들어가 머지않아 6대째 경영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미국의 대부분 가족들이 떨어져 살고 있는데 반해 사업으로 얽혀있는 우리는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다는 점이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30여년째 매년 7월 중순부터 2개월동안 여름 음악 콘서트를 운영해온 것도 웬테 비냐드의 자랑거리 중 하나다. 야외에 무대를 만들고 재즈나 대중음악 콘서트와 함께 저녁식사를 즐기는 프로그램으로 제임스 테일러, 셰릴 크로우, 링고 스타, 윌리엄 넬슨 등 유명한 연주가들이 참여한 바 있다. 또 포도밭 안에 상주하는 전문가의 감독 아래 자체 유기농 채소밭을 경작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한 야채들로 만든 요리를 내놓는 식당 ‘더 레스토랑’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