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랫동안 공들여 구상한 “세기의 프로젝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ㆍ해상 실크로드)’ 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일대일로’를 통해 가을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리더십을 공고히 하는 것은 물론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야심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14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개막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막연설에서 “인류 사회는 큰 변화와 조정의 시대를 맞았고 도전이 빈발하는 시대에 놓여 있다”면서 “고대 실크로드는 수 만 리에 걸쳐 1000여 년간 이어지면서 평화협력·개방포용·상호학습·상호공영을 핵심으로 하는 실크로드 정신을 축적해왔으며 이에 일대일로는 화평, 번영, 개방, 창신, 문명의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또 “일대일로를 위해 1000억 위안(약 16조3600억원) 기금을 추가로 조성해 주변 국가를 지원할 것”이라는 통 큰 계획을 밝혔다. 이와 별도로 이와 국가개발은행과 수출입은행을 통해 3800억 위안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중국 경제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그간 서구 중심의 개발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개발도상국의 관심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포럼에는 시 주석과 막역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물론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무관한 남미 국가 칠레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도 참석했다. 포럼에는 총 29개국 정상이 참석했다. 여기에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국제기구 수장 등 130여 개국, 1500여명의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시 주석이 일대일로 구상을 내놓은 것은 취임 첫해인 2013년이었다. 이후 2015년 3월 ‘아시아 다보스’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에서 세부안을 공개했으며 중국의 최우선 순위 국정사업이 됐다. 특히 올해 말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두고 ‘당 핵심’으로 올라선 시 주석의 권위를 더욱 공고히 하려면 일대일로의 성과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대일로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서부터 유럽을 잇는 육상 실크로드와 중국과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에 걸쳐 거대 경제권을 건설한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중국은 2013년 이후 3년간 일대일로 관련 국가에 6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 20개국에 56개 경제 무역 협력지대를 건설하고 18만여명의 고용을 창출했다고 선전하고 있다.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노리는 것은 다양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일대일로 인프라 건설을 통해 골칫거리였던 철강이나 알루미늄 등 원자재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육상·해상 실크로드 모두 중국 중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중국 내수 발전은 물론 국제화를 앞당길 수도 있다.
시 주석의 야욕이 점점 현실화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주요 7개국(G7) 중 이탈리아 정상만이 이번 포럼에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후 보호무역주의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신흥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편 중국의 국가적 행사를 하루 앞둔 14일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도발을 감행하면서 중국이 즉각 비난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