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혜은 자본시장부 기자
테마주의 거품이 빠지는 모습은 지난주 코스피 시장의 흐름만 살펴봐도 파악할 수 있다. 주가가 가장 많이 내린 코스피 종목 가운데는 우성사료, 고려산업, DSR, 써니전자, 태원물산 등 대선 후보 테마주로 꼽혔던 종목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여론조사마다 1위로 꼽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함께 언급됐던 종목도, 반격을 노리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엮였던 종목도 조정을 피하지 못했다. 이미 주식시장의 시계는 대선을 떠나서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사소한 연관성에서 출발하는 정치 테마주의 급등 후 차익실현에 따른 급락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패턴이다. 그러나 개인투자자들은 매번 ‘일확천금’의 가능성에 베팅한다. 이번에도 정치 테마주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98%를 넘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정작 주가 급등의 단맛을 본 이들은 한발 먼저 발을 뺀 회사 대주주와 임원들이었다. 이들은 주식을 대거 처분해 최소 억대의 이득을 남겼다.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등 투자전문사들도 급등에 맞춰 차익을 실현했다. 개미들이 몰려든 타이밍을 적극 이용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개미들은 계좌당 평균 77만 원의 손해를 봤다.
테마주 난립의 책임을 금융당국의 단속에 묻기에도 한계가 있다. 한국거래소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이상급등 종목을 대상으로 하는 ‘사이버 얼럿’을 도입했고, 이는 테마주로 언급된 상장사 30여 곳의 양심선언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찬물을 뿌려도 열기는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무덤에 관을 지고 들어가지 않으려면 개미들의 좀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 ‘나만은 예외겠지’란 기대가 맞아 들어간 적이 과연 얼마나 있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