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설비감축 ‘불황형 흑자’… 신용하락에 수주가뭄 우려 여전
수주 가뭄에 허덕이고 있는 조선사 빅3가 올해 1분기 나란히 흑자를 남길 것으로 보인다. 희망퇴직, 설비감축 등 비용절감에 따른 것이다.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26일 관련 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7일 성적표를 공개하는 현대중공업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9.6% 늘어난 3563억 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조기 단행된 고강도 경영개선 작업이 효과를 거두면서 4분기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조선 부문 건조 물량 감소로 인해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조2000억 원(11.7%) 줄어든 9조712억 원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같은 기간 삼성중공업 역시 영업이익은 508.4% 늘어난 373억 원으로 예상되는 반면, 매출은 18% 줄어든 2조747억 원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조선해양도 매출은 줄어드는 대신 흑자전환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추정치를 낸 증권사가 없어 구체적인 수치가 집계되진 않았지만, 최근 정성립 사장은 “1분기에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적자의 늪에서는 빠져나오는 듯하지만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수주 가뭄 속에서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고정비 절감 효과가 직결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03척(326억 달러), 90척(267억 달러)으로 집계됐다. 대우조선해양 수주잔고는 그나마 나은 114척(346억 달러)을 기록했지만, 은행 보증(RG·선수금 환급보증)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계약 취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같은 조선 빅3의 불황형 흑자는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고 수주난으로 돌아온다. 재무구조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최근 한국기업평가는 현대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A(부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삼성중공업 신용등급 역시 ‘A-(부정적)’에서 ‘BBB+(부정적)’으로 내려 잡았다.
업계 관계자는 “올 초 훈풍이 불었던 해양플랜트 부문이 국제유가 하락으로 다시 시들해지고 있다”며 “신규 수주가 요원한 상황에서 연말까지 구조조정 강도와 비용절감 규모에 따라 조선사들 수익성이 좌우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