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인사혁신처가 기획재정부와 법제처 등 일부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도입한 공무원 ‘유연 근무제’를 자세히 보면, 흡사 조삼모사 격이라 할 수 있다. 유연 근무제란 공무원들이 한 달에 한 번, 금요일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것을 말한다. 이번 달에는 일부 부처에서 시범 실시되고, 내달부터는 전 부처에 도입될 예정이다.
인사처는 유연 근무제를 통해 공무원들이 개인 사정과 업무 성격에 맞춰 탄력적으로 근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시간을 적절히 조정할 경우 자기계발은 물론 창의적인 사고를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사처는 유연근무제 도입 이유에 대해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 정책을 위해 일부 직원을 중심으로 조기 퇴근을 실시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유연 근무제 시행에 대해 상당수 공무원은 반기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에 반해 일반 국민은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실제로 일부 네티즌은 “세금으로 월급 받으면서 일찍 퇴근하니 좋겠다”, “회사원들 관공서에 가려면 조퇴하고 가야 되겠네”라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유연 근무제는 한 달에 한 번, 오후 4시에 조기 퇴근하는 대신, 다른 날 2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 다른 날 2시간을 일하지 않을 경우 연차에서 이를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유연 근무제 시행에 대해 일부 국민은 공무원이 논다고 비난을 쏟아 내는데, 공무원들은 이 제도가 조삼모사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시간 일찍 퇴근할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눈치가 보여 제때 퇴근하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공무원은 아예 유연 근무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조기 퇴근 후 다른 날 2시간을 더 일해야 한다면, 퇴근 시간이 오후 8시가 되는데 과연 그 시간에 업무의 효율성을 얼마나 기대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유연 근무제를 악용할 경우 근무 태만 등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는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민원과 지원업무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수 있다. 일례로 민원인이 어떤 사안에 대해 관공서를 방문한 경우 해당 업무에 대해 잘 아는 직원이 조기 퇴근해 없다면 그 불편은 고스란히 민원인의 몫이 될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복(公僕)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도입한 제도로 국민의 불편이 초래된다면 제아무리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국민은 반기지 않을 것이다.
각 부처의 업무 특성을 감안할 때 일부에겐 유연 근무제가 ‘그림의 떡’이 될 수도 있다. 업무가 집중되는 때 유연 근무제를 이용하는 것이 힘들 뿐만 아니라, 상급자에게 보고해야 할 업무가 산적한 경우에는 밤늦게까지 근무해야 하는 사례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정부의 유연 근무제 취지는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유연 근무제 대상이 되는 공무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국민에게도 비난의 대상이 된다면 이는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일까. 실효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제도 도입,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과감히 지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