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레버, 버핏에 퇴짜놨다가 자체 구조개혁 나서

입력 2017-04-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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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레버. 사진=유니레버

생활용품업체 유니레버가 1430억 달러라는 대규모 인수 제안에 퇴짜를 놓은 뒤 거세진 역풍에 떠밀려 자체 구조개혁에 나섰다.

영국·네덜란드계 유니레버는 6일(현지시간) 대대적인 구조 개혁과 주주 배당 확대 계획을 공개했다. 회사는 마가린 사업부를 매각하고 이를 바탕으로 50억 유로(약 6조309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설 계획이다. 2008년 이후 첫 자사주 매입이다. 여기에 배당도 12% 늘려 수십억 달러 규모의 주주 환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비용 절감을 위한 계획도 내놨다. 회사는 비용절감 목표치를 당초 두배인 20억 유로로 상향 조정하고, 식품과 다과 사업부를 통합해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6.4%였던 영업이익 마진을 2020년까지 20%로 올리겠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폴 폴먼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성명을 통해 “대대적인 체질 개선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는 우리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니레버는 지난 2월부터 회사 운영에 대한 전략적 검토를 진행해왔다. 크래프트의 대규모 인수 제안을 퇴짜를 놓은 뒤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익과 성장세 개선에 대한 압박이 거세졌기 때문.

지난 2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 산하 식품 대기업 크래프트하인즈가 1430억 달러에 인수를 제안했으나 유니레버가 이를 거절했다. 회사의 가치에 비해 크래프트하인즈가 제시한 인수 금액이 너무 적고, 양사의 합병이 큰 이점이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계속 인수를 추진할 것처럼 보였던 크래프트하인즈는 인수 계획을 공식 인정한 지 이틀 만에 손을 뗐다. 영국 정부가 일자리 감소 등의 이유로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이후 외국기업에 자국 대기업이 인수되는 것을 우려한다는 점에서 해당 M&A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유니레버가 영국과 네덜란드 두 곳에 본사를 둔 독특한 구조가 경영상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크래프트하인즈가 이틀 만에 인수 계획을 철회하면서 유니레버 회사 가치를 둘러싸고 투자자들의 의구심과 우려가 커졌다. 회사는 이날 영국과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이중 법적 구조를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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