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우·스티븐 쿠퍼 IASB 위원, 제정 일정 등 전해…보험업계 “경영패러다임 변화 불가피”
보험업계에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17’ 경보령이 떨어졌다. 예정 도입시기는 2021년이지만 사전적 듀얼시스템 적용, 번역 과정 등을 고려하면 1년여 밖에 안 남았다는 분석이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 15개사 최고경영자(CEO)들은 29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 서정우·스티븐 쿠퍼 위원과 IFRS17 제정 일정 및 도입에 따른 영향 등을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세미나는 오전 10시부터 세 시간 반에 걸쳐 진행됐다.
유관기관에서는 장남식 손해보험협회장, 한기정 보험연구원장, 최진영 보험연수원장 등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한 생보사 CEO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회계처리 방법 등 실무적인 질문을 건네 이목을 끈 것으로 전해졌다.
CEO 세미나에 연이어 바로 다음날 보험업계 실무진 세미나가 열렸다. 보험개발원이 주관한 이날 세미나는 CEO세미나와 같은 주제로 진행됐으며 300여명이 참석했다.
서정우 위원은 이날 CEO 세미나에서 언급했던 내용을 전하며 “(CEO들에게)마인드셋(Mindset)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사실상 (IFRS17 도입이) 1년 반 밖에 안 남았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IFRS17 시행 예정일은 2021년 1월 1일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본격적인 도입에 앞서 2020년부터는 듀얼 방식으로 IFRS17을 적용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 IFRS17 기준서 번역, 금융당국 승인 과정 등에 1년이 추가적으로 더 소요될 것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준비할 시간이 2년도 채 안 남았다는 것이다.
또한 서 위원은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들이 ‘패널티 리스크’를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 위원은 “지금까지는 감독회계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더 많은 잠재적 이해관계자가 정보를 갖게 된다”며 “(회계상 수치에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이 소송을 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준비시간이 부족하는 말에 공감한다”면서 “1년 반 밖에 안 남은 만큼 24시간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IFRS17 실행이 임박했다는 사실에 보험업계도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교보생명 배우순 전무는 “IFRS17 영향의 가장 큰 것은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해 손익과 자본의 변동성이 극심해진다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주력 상품은 단품형 보장성 상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채널개편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이문화 상무는 “경영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향후에는 보이지 않는 리스크가 회계상에 나타나기 때문에, BS(대차대조표) 중심의 경영관리체계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세미나에 참석한 한 보험사 직원은 IASB 위원들에게 IFRS17 도입 유예조치 가능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스티븐 쿠퍼 위원은 “유예기간은 없고, 각국에서 언제 적용할지를 정하는 것”이라며 “유예기간을 원한다면 각국의 감독 기관이 정하는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