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카드론 이용액, 2003년 카드사태 넘었다

입력 2017-03-30 09:41수정 2017-03-31 14:22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카드론(장기카드대출) 규모가 지난 2003년 ‘카드 사태’ 수준을 넘었다. 금리 상승기로 접어든 만큼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년간 두 번 빼고 모두 증가… 다중채무자·연체 관리 필요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론 이용액은 전년보다 10% 증가한 38조6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3년의 37조1000억 원을 1조 원 이상 웃도는 금액이다. 카드론 이용액은 타권역의 신규취급액과 같은 의미로, 해당 해에 발생한 카드론 금액을 산출한 것이다.

2003년 카드업계는 대규모 손실로 혼란이 가중됐던 시기다. 카드사들의 ‘묻지마식’ 카드발급과 카드론 취급, 정부의 소액신용대출 확대가 맞물리면서 연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당시 전업카드사 당기순손실 규모는 10조4742억 원, 전체 연체율은 14.05%에 이르렀다.

이후 카드론은 금융당국과 카드사들의 끊임없는 관리로 감소하는 듯했지만 2006년(11조8000억 원) 이후 10년간 단 두 차례(2009년, 2012년)를 제외하고 모두 증가했다.

14년 전과 비교할 때 대출상품은 훨씬 더 다양해졌다. 그만큼 대출 수요도 분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드론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현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다중채무자, 저신용등급자에서 발생하는 연체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여러 연구를 통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 윤민수 책임연구원는 최근 리포트를 통해 “카드론의 취약차주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장기 카드론 성격상 유사시 회수 등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작년 9월 기준 카드론 내 다중채무자(대출 3건 이상 보유한 개인차주)의 신용등급별 분포를 보면 △1~4등급 1.4% △5~6등급 10.5% △7등급 이하 5.6%로 각각 구성됐다. 취약차주인 7등급 이하 비중은 현금서비스(2.6%)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개인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로(KCB)가 15개 금융회사의 카드론 연체율을 조사한 결과 작년 10월 기준으로 은행계열에서 발생하는 카드론 연체율이 2%에 육박하며 가장 높았다. 이어 금융지주계열(약 1.6%), 대기업계열(약 1.4%) 순으로 나타났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카드론은 어느 정도 신용평가가 이뤄진 상태이기 때문에 과거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 “그러나 금리 상승기이고 카드론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카드론만 급증 왜?… 금융위 “다중채무자 충당금 더 쌓아라”

카드사들이 카드론을 대거 늘린 배경에는 금융당국 규제, 경쟁 격화의 영향이 크다. 가맹점 수수료가 내려가고 저축은행 등이 중금리 대출로 치고 들어오자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드론 영업에 열을 올렸다는 분석이다.

카드론은 꾸준이 증가하는 반면 현금서비스는 감소 추세다. 금감원에 따르면 8개 카드 전업사의 현금서비스 대출금액은 2014년 말 54조8601억 원에서 지난해 말 51조9044억 원으로 5.4% 줄었다.

카드사들이 유독 카드론을 늘린 것은 현금서비스보다 카드론이 수익성 측면에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현금서비스는 단기대출인 반면 카드론은 장기대출인 만큼 장기적으로 이자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수요자들도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가 저렴한 카드론을 선호한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현금서비스 금리는 6.1~26.9%, 카드론은 5.9~25.9%로 카드론의 최고금리가 상대적으로 낮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규제, 경쟁 격화도 카드론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1월 30일부터 가맹점 수수료율을 연 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연 매출 2억∼3억 원인 중소가맹점은 2%에서 1.3%로 각각 낮췄다. 금융당국은 2013년에는 현금서비스 리볼빙 취급을 금지했다. 수수료와 고금리 이자 수익이 줄어드니 카드론 영업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한정된 시장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졌으니 수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카드론에 박차를 가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급증하는 카드론에 대한 건전성 관리에 나섰다. 다중채무자, 저신용자를 상대로 한 카드론이 늘고 있는 만큼 금리인상기에 연체율 상승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일 고위험대출(2개 이상 카드론 이용)에 대해 기 충당금에 30%를 추가로 쌓도록 하는 ‘제2금융권 건전성 관리 강화방안’을 발표했다.

윤민수 책임연구원은 “저금리와 당국규제가 본격화된 2012년부터 카드론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카드사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 외부 영업으론 카드론에서 활로를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