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선 자본시장부 기자
YG가 네이버를 대상으로 1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힌 지난 17일,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번 투자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증시 화두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의 결합이 될 것”이라며 시너지 효과를 위한 기업 간 지분 인수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의 말처럼 네이버가 YG그룹에 1000억 원의 ‘뭉칫돈’을 푼 1차 목적은 콘텐츠 확보에 있다. 플랫폼 사업자들은 지속가능한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해야 한다. 최근 KT뮤직의 지분 15%를 인수한 LG유플러스의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플랫폼과 플랫폼의 만남으로 비춰진 카카오의 로엔 인수 역시 자회사 레이블의 활용 여부에 따라 목표는 달라진다.
콘텐츠 상장기업에 대한 대형 플랫폼 회사들의 투자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네이버는 “YG 외에 또 다른 엔터 상장기업의 인수 계획은 아직 없다”고 못 박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시기의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포털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네이버의 다음 단계는 해외 시장 공략뿐”이라며 “이를 위한 콘텐츠의 질적·양적 다양성 확보는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가 세계화를 서두르는 또 다른 이유는 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 확보이다. 네이버는 최근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미래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17일 주주총회를 통해 한성숙 대표와,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신규 선임한 것도 이러한 변화의 시발점이다.
콘텐츠를 확보한 네이버 플랫폼이 해외에서 통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중국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한 우리 콘텐츠의 경쟁력은 입증됐지만, 플랫폼 사업자 주도하에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은 해외 소비자들에게 아직 생소하다. 그럼에도 포털 사업자의 해외 시장 잠식 가능성과 4차 산업혁명 사업 계획은 투자자 입장에서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새로운 도전이다.